지난 주말 미국의 8월중 실업률 발표를 계기로 그동안 국내외 경제의
버팀목으로 여겨지던 내수부문 경기와, 국내 증시를 이끌어왔던
내수관련 주식에 대해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내수부문이란 음식료·섬유의복·제약·전력가스 등 수출이 아닌 국내
소비와 관련된 경제분야를 총칭하는 말이다. 국내는 물론 미국에서도
IT(정보기술)나 수출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실적이나 주가가 모두 견조한 흐름을 보여왔다. 올
상반기동안 주가 상승 폭이 컸던 태평양·신세계·롯데제과 등을
대표적인 내수주로 꼽을 수 있다. 미국시장에서도
월마트·홈디포·듀퐁·3M·GE·존슨앤존슨 등이 대표적인 내수주로서
전체적인 주가 하락 속에서도 비교적 흔들리지 않는 주가 흐름을
이어왔다.
하지만 지난 주말 실업률 발표 충격으로 미국 증시의 내수주 주가가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홈디포·듀퐁이 4% 이상 주가가 급락했고,
3M·GE·존슨앤존슨·월마트도 2~3%씩 주가가 빠졌다. 10일 서울
증시에서도 미국 내수주의 부진으로 내수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며 신세계(2.08%)·현대백화점(3.44%)·태평양(0.69%)·
가스공사(0.91%) 등 내수주 주가가 대부분 하락세를 보였다.
그러나 이런 주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증시전문가들은 국내외
내수 경기가 급격한 위축세를 보이진 않을 것이란 견해를 가지고 있다.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이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저금리와
재정지출 확대 등 정부의 경기 부양 의지가 확고하기 때문이다. 다만,
그동안에 상승세를 보인 내수주가 차익매물에 시달릴 가능성은 크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 미국 내수 경기 불안은 내년까지 이어질 듯 =지난 주말 미국 노동부는
8월중 실업률이 4.9%를 기록, 최근 4년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실업률이 높아질 경우 일자리에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면서 소비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굿모닝증권 홍춘욱 연구원은 "소비자들이 고용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기 전까지는 금리인하 효과에 따라 소비를 줄이지
않지만, 고용불안이 현실화되면서부터는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의 저축률은 연초 1% 안팎에서 7월말엔
2.5%까지 급상승했다.
문제는 미국 경제가 그동안 IT부문의 부진을 소비 등 내수부문으로
메워왔다는 점이다. 아직도 IT부문의 회복세가 가시화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내수 부문마저 부진을 보인다면 그동안 내수 하나로 버텨온 미국
경제가 더욱 골깊은 불황에 빠져들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미국시장의 내수 부진은 적어도 내년 2분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인 전문가들의 견해다. 아직도 재고조정을 계속하고
있는 IT부문의 회복세가 두드러지기 전까지는 내수 경기도 연초와 같은
활력을 되찾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다만 내수 경기 회복이 늦어질 뿐이지, 내수가 전반적으로 크게 위축되진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피데스투자자문 김한진 상무는 "물가가
안정된 데다 NAPM(구매자관리지수) 등 각종 생산성 지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내수 경기 자체가 급속 위축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의 경기 침체로 인한 감원과 투자 감소의
효과가 3분기 이후 하향 곡선을 그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연말부터는
내수 경기가 어느 정도 하락세를 멈추고, 내년 하반기부터는 다시
회복세를 보일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 여전히 내수주가 돌파구 =미국 내수 경기에 대한 불안감은 그동안
국내 경기를 떠받쳐온 국내 내수부문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우선 상반기 내내 강세를 보여왔던 내수주의 주가가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국내 내수부문은 상반기 동안 IT나 수출부문에 비해
상대적으로 좋은 실적을 거두었지만, 이런 '나홀로' 호황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교보증권 김석중 상무는 "8월중
산업생산통계에서 도소매 판매업지수가 하락세를 보인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IT나 수출과는 별개로 움직이던 내수 경기가
다른 부문의 부진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다만 내수 부문이 다소 부진을 보이더라도 여전히 IT나 수출부문보다는
견조한 흐름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 많다. 무엇보다 미국의 내수 경기가
침체를 보일 경우 국내 IT나 수출부문의 회복도 이에따라 늦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우증권 신후식 경제조사팀장은 "세계 각국이 IT와
수출부진을 내수 위주의 정책으로 타개하려고 하고 있기 때문에 수출부진
현상이 더더욱 쉽게 끝나기 힘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수출 부진
현상이 쉽사리 끝나지 않을 경우 정부는 각종 경기활성화 대책으로 내수
부문만이라도 살려나가려 할 수 밖에 없다는 논리다.
내수 경기가 급락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지만, 적어도 주식 측면에서
내수주에 대한 투자비중을 줄여나가라는 견해도 있다. 내수주들이 다른
주식에 비해 비교적 견조한 주가흐름을 보였기 때문에, 역으로 생각하면
'오를' 여지보다 '내릴' 여지가 많다는 분석이다. 삼성증권 신동석
연구원은 "상반기동안의 내수 경기 호조는 이미 주가에 반영된
상태"라고 말했다. 전체적인 경기 회복시점이 내년 2분기 이후로
미뤄진다면 그동안 주가가 많이 오른 내수관련주 중에는 종목별로
이익실현 매물 공세에 시달리는 종목이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