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정유의 법정관리와 복수폴사인제 실시로 정유업계에 회오리바람이
불고 있다.
인천정유는 지난 1일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3일 하루동안 매매가
정지됐다. 과도한 차입금과 환율급변에 따른 대규모 환차손, 게다가
올들어 격화된 가격경쟁으로 마진폭까지 줄면서 부실이 커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정유업체들의 가격경쟁이 극심해지자 현금이
필요했던 인천정유가 덤핑판매를 했던 것도 부실의 한 요인이 됐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증시 전문가들은 인천정유의 법정관리가 개별 기업입장에서는
비극적인 일이지만, 정유업체 전반으로는 '호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생산량의 10% 정도를 공급해온 인천정유가
법정관리에 들어감에 따라 공급량을 줄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메리츠증권 최준용 애널리스트는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상황에서
인천정유의 법정관리는 자연스런 감산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감산에 따른 수혜는 상당히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관측이 대부분이다. 세종증권 유성문 애널리스트는 "감산으로 정유업체
전반의 업황이 호전될 수는 있겠지만, 복수폴사인제에 따른 가격경쟁으로
주가 상승폭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정유업체에서는 가격경쟁이 더욱 심화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S-Oil은 9월 휘발유 가격을 리터당 49원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97년 유가 자율화 조치 이후 정유사가 휘발유값을 이처럼 큰 폭으로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Oil측은 "복수폴사인제 도입에 따른
소비자의 선택 폭을 넓히는 차원에서 휘발유 가격을 수입판매가 수준으로
대폭 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올들어 계속 '가격 결정권'을 행사한 S-Oil이 이번에도 강력한 마케팅
효과를 노려, 대폭적인 휘발유 가격인하를 시도했다는 평가다. 정유업체
4위인 S-Oil로서는 이번 복수폴사인제가 업계 순위를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판단한 셈이다.
수입업체들의 가격 공세도 거세다. 세계 경기의 불황으로 동남아시아
석유제품 가격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시장점유율 1위 업체인 SK의 속앓이도 심해지고 있다. SK는
가격 인하보다는 브랜드파워를 살리고, 기존에 확보한 주유소의
'문단속'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증권가에서는 일단 복수폴사인제 실시로 S-Oil이 더 많은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복수폴사인제를 실시하면 아무래도 주유소를 많이
확보하고 있는 SK보다는 후발주자인 S-Oil이 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3일 서울주식시장에서 S-Oil의 주가는 전날보다
750원(1.91%) 오른 4만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반면 SK는 전날보다
450원(3.46%) 떨어진 1만2550원을 기록했다.
다만, 업계 순위가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복수폴사인제를 위해서는 지금보다 석유제품을 저장하는 탱크를 2배 이상
늘려야 하고, 부지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준용 애널리스트는
"복수폴사인제로 주유소의 가격 협상력이 높아지기는 하겠지만, 전체
주유소 중 3~5%만이 실제로 서로 다른 브랜드의 석유제품을 취급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