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분류에도 '세계화' 바람이 불고 있다.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은 지난 23일 약속이나 한듯이 세계 공통의
업종분류에 따른 자료를 내놓았다. 미래에셋증권은 세계 공통의
업종분류에 따른 기업실적(earnings)분석자료를 냈으며, 삼성증권은
새로운 업종분류에 따라 모델 포트폴리오를 제시했다.
기업들을 나누는 단순한 '기준'에 불과한 '업종분류'에 각
증권사들이 '세계 기준'까지 도입하는 이유가 도대체 뭘까?
이유는 간단하다. 외국인들의 주식투자행태를 관찰해본 결과 외국인들의
투자 패턴이 '세계공통의 업종기준'으로 이뤄진다는 사실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외국인들은 지난 상반기에 자동차주식과 내수관련 주식,
유통업종주식으로 매수 타겟을 돌렸다. 우리 기준으로 하면 전혀
관련없는 주식들에 무질서하게 매수세가 들어간 셈이지만, 외국인들의
눈은 달랐다. 외국인들의 눈에는 현대자동차와 신세계는 똑같은
생활필수품과 관련된 '경기관련 소비재' 업종이 된다. 결국
해외투자가들의 업종기준과 우리나라의 업종기준이 다르다는 점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만큼 장세분석이 힘들었던 셈이다.
또 전세계 시장이 점점 하나로 묶여가면서 나라 단위보다는 업종단위로
호·불경기가 갈리고 있다는 점도 '업종분류 세계화'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상반기에 반도체·철강업체들이 극심한 부진을 보인
반면, 주택건설이나 내수관련업종은 호황을 누렸으며, 이런 상황은
미국도 비슷했다는 분석이다. 결국 업종분류의 세계화가 더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 업종분류의 차이 =현재 주식시장 업종분류는 60년대에 정해진
한국산업표준분류에 따라 18개 업종으로 구성돼 있다. 반면 최근 등장한
새 업종 분류는 GICS(Global Industry Classification Standard)
방식이다. 세계 벤치마크 지수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는 MSCI(Morgan
Stanley Capital International)와 신용평가사로 잘 알려진 S&P사가 99년
8월 처음으로 선보인 이 분류방식은 전세계 1만여개 기업을
IT(정보기술)·통신서비스·소재·경기관련소비재·필수소비재·
의료건강·산업재·에너지·유틸리티·금융 등 10개의
경제분야(Economic Sector)로 분류하고 있다.
GICS식 업종 분류를 보면 최근 외국인들의 매매패턴을 훨씬 잘 설명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외국인들이 현대백화점 주식을 산다고 해서 유통업종을
유망하게 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기존 업종분류상 유통업종에는
백화점 외에도 종합상사가 함께 들어있다. 반면, 새로운 업종 분류에서는
백화점은 경기관련소비재로, 종합상사는 산업재로 분류하고 있다. 결국
외국인은 최근 내수 위주로 재편되고 있는 국내 경제상황을 반영,
경기관련소비재를 유망하게 볼 뿐이지 유통업종 지수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또 현재 거래소 업종지수에서 자동차와 배는 운송수단이라는 공통 특성
때문에 '운송장비'라는 업종에 들어간다. 하지만 자동차와 배는
운송수단이라는 점만 빼면 소비주체나 생산원가 구조, 수출시장 등이
판이하게 다르다. 결국 운송장비 업종 지수 움직임만 보고는 요즘
경제상황이 자동차 회사에 유리한지, 아니면 조선업체에 유리한지를 도통
알 수 없는 셈이다.
반면에 GICS 업종분류는 기업의 주된 매출이 어디서 일어나는지에 따라
기업을 나눴다. 자동차·자동차부품은 경기관련소비재(Consumer
Discretionay)로 분류되고 조선·자본재 생산업종은
산업재(Industrial)로 분류된다. 미래에셋증권 김현욱
연구원은 "주가 움직임 측면에서도 기존 거래소 분류보다는 GICS
업종분류에 따른 종목별 수익률이 월등히 상관관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 섹터펀드 바람이 원인 =최근 세계적 업종지수의 필요성이 대두되게 된
것은 바로 전세계적으로 일고 있는 섹터(sector)펀드 붐 때문이다.
섹터펀드란 전세계에 걸쳐 특정 산업분야의 유망 회사들을 하나로 묶어
투자하는 펀드다. 개별국가의 주요 종목에 투자하는 국가펀드와
유럽·아시아 등 지역별로 나눠 투자하는 지역펀드와 구분된다.
이런 섹터펀드들이 활동하기 위해서는 전세계를 하나로 묶는 새로운 업종
분류가 필수적이다. 미국의 인텔이나 GM과 비슷한 영업활동을 하는
기업을 국가별로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 펀드조사 기관인 AMG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미국내 뮤추얼펀드
중 섹터펀드로 볼 수 있는 성장형펀드와 기술주펀드에 들어있는 돈이 약
2200억달러로 전체 주식형펀드 투자자금중 7%를 넘어섰다. 지난 98년말
섹퍼펀드 비중이 4%대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3년이 채 안돼 두배
가까이 규모가 늘어난 셈이다.
미래에셋증권 이정호 애널리스트는 "세계 주식시장이 하나로 묶여가면서
지역별 분산투자보다는 업종별 분산투자가 세계적인 추세를 점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식투자의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서는 미국시장과
아시아시장에 나눠 투자하기 보다는 IT업종과 유틸리티 업종으로 나누는
게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앞으로 GICS 업종 분류를 채택하는 증권사 수는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날이 갈수록 글로벌화하는 국내 주식시장 여건상 이는 피할 수 없는
대세라는 지적이다. 굿모닝증권 이근모 전무는 "상장 주식의 30% 이상을
외국인이 소유하고 있고, 실제 거래 물량의 80% 가까이를 외국인
투자가들이 좌우하고 있는 국내 주식시장의 현실을 감안할 때 글로벌
스탠더드의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