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Big Bang·우주대폭발) 직후 반물질(antimatter)이 사라지면서
오늘날 물질로 이루어진 우주가 생겼음을 보여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미·일 등 14개국 공동연구팀은 23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개최된
'고에너지 물리 국제 학술회의'에서 "쌍으로 만들어진 물질과
반물질의 붕괴율이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반물질은 모양과 질량 등 모든 성질이 물질과 같으나 전기 전하만
서로 반대값을 갖고 있는 입자다. 물질이 양화라면 반물질은
음화인 셈이다. 현대물리학 이론에 따르면 약 150억년 전 빅뱅이
일어난 직후 물질과 반물질이 쌍으로 생성됐다.

그런데 양화와 음화를 합치면 형태가 사라지고 회색 배경만 남듯이
물질과 반물질이 충돌하면 둘 다 소멸하고 에너지만 남는다. 따라서
물질과 반물질이 쌍으로 생겼음에도 원자·분자·별·은하 등 물질로
이루어진 오늘날의 우주가 버젓이 존재하는 것은 물리학계의 큰
수수께끼였다.

연구자들은 일본 쓰쿠바에 위치한 고에너지가속기연구소(KEK)에 세계
최고 성능의 입자가속기를 설치해 원자를 구성하는 소립자(소립자)의
하나인 'B-중간자'와 그 반물질인 '반B-중간자' 쌍을 만들었다.
B-중간자는 생성된지 약 1조분의 1초 만에 붕괴돼 사라진다. 연구자들은
찰나에 불과한 이 기간에 B-중간자와 반B-중간자의 붕괴율 차이를
측정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서울대 물리학과 김선기 교수는 "B-중간자
3100만쌍의 붕괴자료를 분석한 결과 B-중간자와 반B-중간자가 서로 다른
붕괴율을 보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즉 똑같은 수의 쌍으로
생긴 물질과 반물질 중 반물질이 먼저 붕괴했다는 빅뱅 직후의 상황을
재현한 것이다.

김 교수는 "오늘날 우주는 빅뱅 초기 생성된 물질 중 반물질과 만나지
않아 살아남은 것들로 이루어졌다"며 "이런 모든 상황은 빅뱅 직후 1초
이내에 일어났다"고 말했다.

그 뒤 우주가 급팽창하고 온도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살아남은 불안정한 소립자 물질은 전자·양성자 등 안정된
입자로 바뀌어 오늘날의 우주를 이루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