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 미국증시의 발목을 잡을 것인가.
미국 뉴욕 월가의 증권전문가들은 지난 주의 뉴욕 증시를 한 마디로
'Marconi Shock(마코니 충격)'이라고 요약했다.
지난 5일 영국의 통신장비 회사인 마코니가 수익 악화될 경고를 내자
미국의 통신업종주가 일제히 하락, 뉴욕 증시가 일순간에 내려 앉았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메이커인 ASML홀딩의 수익악화 경고 공시도 전체
장의 위축에 기여를 했다. 프랑스의 전화장비 메이커인 알카텔은 17%나
주가가 밀렸다. 유럽 기업의 실적 악화가 미국의 주가를 끌어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최근에만도 세계 최대의 휴대폰업체인 노키아의
실적악화가 뉴욕의 주가를 크게 끌어내렸다. 유럽 기업들의 수익 악화
전망이 대서양 건너 있는 뉴욕 증시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는 셈이다.
물론 유럽의 주가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영국 FT(파이낸셜 타임즈)
지수는 올초 6174.70에서 지난 9일(현지시각) 5468.90으로 11%나
가라앉았다. 고든 브라운 영국 재무장관은 지난 6일 "경기 둔화가
미국에서 독일로 확산되고, 일본 역시 성장세를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면서 "세계 경제 침체가 몇달 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증시 일각에서는 유럽의 경기침체가 미국시장의 증시불안을 좀
더 오래 끌고 가는 것이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가뜩이나 미국 경기
회복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일본과 유럽 등 전세계 경제가 동시에
어려워져 전 세계적인 불황이 일어나는게 아니냐는 견해까지 나오고
있다. 굿모닝증권 홍춘욱 애널리스트는 "미국에서 일어난 경기불황이
한국과 일본을 거쳐 올들어 유럽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EU(유럽연합) 경제는 연초에만 해도 미국·일본과 비교하면 가장 견실한
성장을 거두리라는 예측이 많았다. 그러나 유럽 경제는 구제역과 광우병
파동으로 물가가 불안해지면서 급속도로 악화되기 시작했다. 소비심리가
극도로 위축되고 있으며, 미국경기 둔화가 신흥시장으로 파급되면서
수출시장의 수요를 갉아먹고 있다. 유럽은 미국이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하는 금리인하 카드도 내지 못하고 있다. 한화증권 양범직
이코노미스트는 "유럽 각국의 경기상황이 차이가 나기 때문에, 함부로
일괄적인 금리인하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또 물가가 불안한
상황에서 금리를 인하하면 물가 급등을 가져올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게다가 EU는 내수둔화를 수출증가로 만회하려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제가 나쁘다보니 유로화가 약세를 보이고, 이때문에 유럽 기업들의
수출가격이 싸졌다. 덕분에 EU는 지속적인 무역흑자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다시한번 세계의 돈줄을 쥐고 있는 미국경제 회복을
늦출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일단 전세계적인 불황으로 수요가 모자라는
상황이기 때문에, 미국의 수출산업 회복이 더뎌질 가능성이 크다. 유럽
기업들의 실적 악화는 미국 증시에 충격을 주고 있다. 게다가 유럽과
일본 경제에 대해 불안감이 높아지자 국제 외환시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달러 강세가 일어나며, 미국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는 악순환을 연출하고
있다.
이때문에 결국 전세계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내수시장의 회복에만 온
기대를 걸고 있는 상황이다.
메릴린치증권사의 제널드 코헨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중앙은행이
8월21일 회의에서 추가로 0.25%포인트 낮춰 경기 회복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뉴욕=김재호특파원 jaeho@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