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지원·외자유치가 회생의 열쇠
하이닉스 반도체(옛 현대전자)의 운명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하이닉스 반도체 채권단은 잇따라 회의를 열고, 하이닉스의 자금난
해소와 성공적인 외자유치를 위해 금융지원에 나서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이 가시화하자, 지난주 말(4일) 하이닉스 주가는
전일보다 1%(35원) 오른 3465원으로 끝나 3일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하지만 하이닉스 주가의 열쇠를 쥐고 있는 외국인들은 지난 4월 이후
3~6일 단위로 주식을 샀다 팔았다 하며 '갈팡질팡'하고 있다.
증권 애널리스트들은 일단, 채권단의 지원 방안을 현실성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채권 은행들이 하이닉스의 CB(전환사채) 1조원어치를
인수해주고, 각종 대출금의 만기를 2003년 이후로 연장해주면 하이닉스의
숨통이 터진다는 것.
여기에 투신운용사들이 7600억원의 신규발행 회사채를 인수해주면
하이닉스의 자금 운용이 한결 수월해진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투신운용사들이 현재 회사채를 3000억원이상 사줄 수 없다고 버티고 있기
때문에 채권단의 자금 조성 계획이 성공할 지는 아직 낙관하기 힘들다.
대우증권 정창원 연구원은 "채권단의 자금 지원이 이뤄지더라도
외자 유치라는 2차 관문이 또 남아 있다"면서 "외자유치는 당장
쓸 돈을 조달하는 것이기 때문에 유동성(자금 흐름) 위기가
심각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증권 전문가들은 하이닉스의 앞길을 첩첩산중이라고
말한다. 하이닉스는 현재 미국 살로먼스미스바니 증권사를 주간사로
하여, 총 1조8000억원의 외자를 유치하는 작업을 추진중이다. 해외
DR(주식예탁증서)발행을 통해 10억달러, 하이일드 채권(high yield
bond)발행을 통해 3억7000만달러를 각각 조달할 계획이다.
살로먼스미스바니는 이같은 외자유치가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국내
채권단의 자금지원 결정이 먼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은행과
투신사들이 현재 지원자금 배분 문제를 놓고 계속 마찰을 빚고 있기
때문에 외자 유치가 순조로울 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하이닉스의 외자 유치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또다른 요인이 있다. 즉,
하이닉스 미국법인의 신용등급이 현재 「투기등급」 상태이고,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경기가 침체상태에 빠져 있다는 점이다.
미래에셋증권 오진근 연구원은 "살로먼스미스바니에 따르면 세계적인
반도체회사가 하이닉스의 DR물량 중 30%를 인수한다고 하지만 시장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자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채권단은
『하이닉스의 외자유치가 실패할 경우 채권단의 자금지원은 자동
무효』라는 점을 밝히고 있다. 이 때문에 만약 외자유치가 실패할 경우,
법정관리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채권단이 자금지원을 결정하고, 외자유치가 성공하더라도 하이닉스가
완전히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현금흐름이 근본적으로 좋아지려면 반도체
경기가 빨리 회복세를 되찾아야 한다. 지난달 반짝 상승세를 보이던 D램
현물가는 최근 연중 최저치 수준으로 다시 추락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
때 5.4달러까지 반등했던 128메가 D램은 요즘 4달러 밑으로 추락한
상태다.
또 반도체 산업은 주기적으로 대형 투자를 하지 않으면 경쟁력이
떨어지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만약 적기에 설비투자를 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자연 도태되는 운명을 맞는다. 하이닉스(세계시장 점유율
17%)는 올해 시설투자비로 9000억원을 책정했다.
이에 비해 세계시장 1위 업체(점유율 24%)인 삼성전자는 약 5조원, 2위
업체인 마이크론(점유율 19%)은 약 2조60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미래에셋 오진근 연구원은 "하이닉스 회생의 열쇠는 외자유치의 성공
여부와 반도체 가격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