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거짓 결산보고→증권사 매수추천→투자자 피해

주식 투자자들이 '아닌 밤중의 홍두깨'식으로 황당한 피해를 보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기업들의 「결산보고서」를 액면 그대로 믿고
주식을 매입했으나, 나중에 결산보고서가 「거짓말」로 드러나는 바람에
주가가 폭락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

최근 코스닥시장에선 '프로칩스' 괴담이 투자자들을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이 회사는 비메모리 반도체인 '마이컴'과 위성방송용
셋톱박스를 만드는 업체로 코스닥시장의 초우량 기업으로 꼽혀왔다.

하지만 프로칩스(자본금 151억원)는 최근 정기주총을 앞두고
회계법인으로부터 '의견거절' 판정을 받은 뒤 '지난해 투자손실과
재고자산 증가로 2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혀 투자자들을
혼비백산하게 만들었다. 프로칩스는 파산을 피하기 위해 27일 서울
지방법원에 '화의'를 신청했으며, 29일로 예정된 주주총회를
무기한 연기했다.

심각한 문제는 '프로칩스'가 최근까지도 재무구조가 매우 건실한
우량기업으로 오인되었다는 것. 예를 들어 회사측 자료에 따르면
프로칩스는 작년 3분기까지 755억원의 매출액에 5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으며, 부채비율(부채를 자기자본으로 나눈 것)이 60%에 불과한
우량기업 중의 우량기업이었다.

외형적인 경영 투명성도 무척 뛰어났다. A증권사 펀드 매니저는 "매년
2차례씩 투자자들을 초청해 IR(기업설명회)를 하고 펀드 매니저와
애널리스트들을 공장에 초대했던 모범 기업"이라며 "우리들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어 혀를 내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들도 깜쪽같이 속은 탓인지 지난달까지 프로칩스 주식을
'매수'(Buy) 추천하다가 이번 사건이 터지자 뒤늦게 '매도' 의견을
제시하는 촌극까지 벌이고 있다. 대신경제연구소는 지난달
기업탐방보고서를 통해 '마이컴 반도체의 안정된 매출기반 속에 디지털
위성방송수신기로 주력 사업을 변경중"이라며 프로칩스를 매수
추천했다.

또 LG증권도 작년 6월의 기업탐방보고서에서 "2000년과 2001년의 실적이
대폭 호전될 것"이라며 목표 주가를 6600원~9400원으로 제시했다. 또
현대증권·제일투신증권·한화증권도 "성장성이 뛰어난 우량 기업"으로
주식을 매입할 것을 추천했다.

증권 전문가들은 이번 프로칩스 사건은 서울 증권시장의 고질적인
병폐가 한꺼번에 나타난 사건이라고 말한다. 기업 경영진들은
부실은 감춘 채 가공의 숫자만을 제시하고, 애널리스트들은
회사측 말을 그대로 믿고 기업내용을 과대평가하여, 투자자들에게 매수
추천을 내는 것이다. 이런 일은 여의도 증권가에서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다.

리젠트증권 김경신 이사는 "기업 경영진→증권사 애널리스트→
주식투자자로 이어지는 「속고 속이는」 먹이 사슬의 실체를 그대로
드러낸 사건"이라며 "슬프게도 개인투자자에겐 자신들의 이익을
보호할만한 방책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분기별로 발표하는 기업실적을 악용하여, 투자자들을 속이는
상장기업들에 대한 비판도 이어진다. 대우증권 이종우 투자전략팀장은
"작년 3분기까지 순이익을 냈다고 발표했다가, 연말 결산에서 갑자기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발표, 투자자들을 황당하게 만드는 상장기업들이
적지않다』며 『투자자들을 속이는 기업 경영진에겐 중징계 조치를 내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