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받자니 고객 줄고, 안 받자니 수익 줄고...
미국 야후는 올 1월 '경매' 서비스를 전격적으로 유료화 했다.
인터넷 광고를 통한 매출 증가에 한계를 느끼게 되자, 경매 물품을
등록하는 고객들에게 건당 0.25~2.25달러의 요금을 부과한 것. 하지만
유료화를 단행한지 한 달만에 '야후 경매' 서비스는 급격히 위축되는
현상을 보였다.
「야후 경매」는 e베이에 이어 미국 제2위를 달리는 경매 사이트였다.
유료화 조치 이전에 경매 서비스 고객은 200만명을 넘었다. 그러나 불과
한 달만에 90%의 고객이 이탈하면서 서비스 고객수는 20만명으로 뚝
떨어졌다. 인터넷 광고수익 급감에다 경매서비스 유료화 실패까지 겹치는
바람에 미국 야후는 요즘 나스닥 상장 이후 최대 경영위기를 맞고 있다.
야후의 사례처럼 인터넷 광고에 한계를 느낀 많은 닷컴기업(인터넷상에서
영업을 하는 기업)들이 서비스 '유료화'에서 활로를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쉽게 말해 지금까지 공짜로 제공했던 콘텐츠나 서비스를
약간 업그레이드(upgrade)하면서, 일정 금액의 요금을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섣불리 유료화를 실시하면, 고객이 대거 이탈하고 그 결과
광고단가가 오히려 하락, 인터넷 광고 수입이 줄어드는 역효과가
나타난다. 한 마디로 닷컴기업들이 '유료화 실시'와 '광고
수입감소'의 틈새 사이에서 '진퇴양난'에 빠진 셈이다.
하지만 인터넷 광고 시장이 침체기에 빠지면서 뾰족한 대책이 없는
닷컴기업들은 별 수 없이 유료화에 전력 투구하고 있다.
현재 미국의 '야후 경매'가 유료화를 시작한 데 이어 세계 최대
디지털음악 사이트인 '냅스터'도 유료화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국내에서도 다음커뮤니케이션·새롬기술·네오위즈 등 대표적인 닷컴
기업들이 최근 일부 서비스나 콘텐츠를 대상으로 유료화를 서두르고
있다.
올 연초 '통신서비스' 기업으로 재출발을 선언한 '새롬기술'은
빠르면 다음달부터 무료 인터넷 전화 '다이얼패드'를 유료화할
계획이다. 새롬기술은 "인터넷 광고 수입을 주수입원으로 하는
전략은 비현실적"이라며 "미국으로의 통화를 제외한 세계
220개국으로의 인터넷 전화 요금을 유료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새롬기술은 인터넷 국제전화 이용자에게 일반 전화요금보다 70~80%
할인된 요금을 부과할 예정이다.
국내 포털 1위업체인 다음커뮤니케이션도 이르면 2분기부터 '한메일'
가입자에 대량 메일을 발송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유료화를 실시할
계획이다. 다음의 이메일 가입자에게 광고·스팸메일을 발송하는
기업들에게 일정 금액(일종의 우편요금)을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이재웅
사장은 "소비자에게 직접 돈을 받는 B2C방식의 유료화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며 "올해 당장부터 큰 돈을 벌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지만 B2B방식 유료화는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닷컴 기업들의 유료화 전략에 대해
상당히 비관적인 시각을 나타내고 있다. 동원경제연구소 구창근
연구원은 "사업초기부터 유료화를 실시한 소규모 기업들도 유료 수입이
저조해 고생하고 있다"며 "무료 서비스를 유료로 바꾸는 것은 더욱
성공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실제로 새해 들어 유료화를 시작한 비상장 닷컴기업들은 현재 계획에
상당한 차질이 발생하여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코아정보시스템에
인수된 인티즌(대주주 권성문 KTB네트워크 사장)은 올 연초부터 이메일과
커뮤니티 서비스를 대상으로 유료화를 시작했다.
인티즌은 영화·만화·성인정보 등 390개 콘텐츠를 정보당 500~1500원
사이에 유료화하고, 공짜로 제공하던 이메일과 홈페이지도 용량에 따라
매달 3300~1만1000원을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영화·만화 콘텐츠의 유료
수입이 극히 미미하고 이메일과 홈페이지 유료화도 지지 부진한
상태이다. 또 238만명에 달하는 기존 회원 중에서 유료화를 신청한 회원
수는 아직 수백명에 불과하다고 회사측은 말한다.
이밖에 '퍼스트콜'(증권 전문정보), '심마니'(웹하드),
'프리챌'(커뮤니티) 등 오락·교육·경제 정보 사이트 중 많은
닷컴들이 유료화를 실시중이지만, 아직까지는 인터넷광고의 뒤를 이을
수입원으로는 「힘이 달린다」는 평가이다.
LG투자증권 이왕상 연구원은 "공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이 아직
많기 때문에 닷컴기업의 유료화는 수익성 향상보다 고객의 대량이탈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며 "예를 들어 새롬기술이 다이얼패드를
유료화하면 많은 고객들이 다른 무료 인터넷 전화 서비스로 옮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비해 충성도가 높은 고객을 확보한 닷컴기업의 유료화는 기대
이상이라는 반응이다. 「온라인 게임」이나 「커뮤니티」 사이트가
대표적이다. 작년 말 커뮤니티 사이트인 '세이클럽'의 프리미엄
서비스를 유료화한 네오위즈는 올 1월에 콘텐츠 유료화로 4억1200만원을
버는 등 수입이 늘어나고 있다.
네오위즈 나성균 사장은 "4개월만에 누적 매출 20억원을 돌파했다"며
"올해는 세이클럽의 유료화 수입이 네오위즈의 주 수입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온라인게임 '포트리스'를 서비스하는 CCR사도
유료화 3달만에 70%의 'PC방'이 유료화 회원사로 가입, 3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