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에서는 '닷컴' 기업을 찾아보기 힘들다. 미국 실리콘밸리나
한국의 테헤란밸리처럼 첨단 정보기술(IT) 단지라고 딱히 이름 붙은 곳도
없다. 하지만 해외 유명 기업과 투자기관은 이스라엘의 벤처기업에
해마다 수십억달러를 투자한다. 외양보다 실속을 중시하는 이곳 IT산업은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 IT강국 이스라엘 =이스라엘 최대 도시인 텔아비브의 왈렌버그가.
5개월 전 완공된 쌍둥이 빌딩 'ZIV타워'가 대로변에서 거대한 위용을
뽐낸다. 이 건물에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입사 선호도 수위를 다투는
라드(RAD)사와 컴버스(Comverse)사가 나란히 입주해 있다.

양사는 10여년전 조그마한 벤처에서 시작해 세계적인 통신장비 및 솔루션
회사로 성장했다. 그렇지만 돈을 벌었다고 해서 포털이나 온라인 쇼핑몰,
벤처투자 같은 비전문 분야에 뛰어드는 일은 없다. 요람 홀츠 RAD사
부사장은 "이스라엘이 가진 자원은 모래와 사람뿐이었다"면서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서 IT산업에 매달렸고, '사막의 기적'을 이뤄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해마다 1500개씩 생겨나는 이스라엘 벤처기업은 처음부터 해외시장을
겨냥한 구체적인 기술이나 제품 개발에 매달린다. 인구 600만의
내수시장은 너무 작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수출공사(IEI)의 아미르
하이예크 사무총장은 "외국에서 통하지 않는 벤처기업은 존재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이런 실정이니 뜬 구름 잡는 아이디어나 회원 수가
많다고 투자를 받는 일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벤처기업의 생존율은
30% 미만이다.

소프트웨어, 유·무선 통신기술, 네트워크 보안, 바이오테크 등을
주력으로 하는 이스라엘 IT산업은 작년 70억달러의 수출실적을 올렸다.
IT분야 수출규모는 90년대 이후 연평균 25%씩 성장하며, 오렌지와 올리브
생산에 의존하던 농업국가의 이미지를 완전히 탈바꿈시켰다.

◆ 왕성한 벤처정신 =이스라엘 벤처의 제일 큰 성공요인은 실패를 두려워
않는 왕성한 기업가 정신이다. 젊은이들은 안정된 기업보다 도전적인
벤처기업을 선호한다. 매년 대학을 졸업하는 IT인력은 1000여명. 이
숫자는 기업체 수요의 5분의 1에 불과해 인재확보를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인텔·모토로라·IBM 등 세계적인 IT기업들도 이스라엘에
대규모 연구센터를 두고, 고급 연구인력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 때문에 일반 회사의 평사원 연봉이 2만달러인데 비해 IT업계에서는
이보다 5배 많은 10만달러가 보통이다. 디지털가입자망(DSL) 장비를
개발하는 오르키트사의 아리 마르코 부사장은 "IT인력 구인난이 심각해
막연한 희망만 얘기해서는 우수한 엔지니어를 붙잡을 수 없다"면서
"스톡옵션 외에 높은 연봉과 자동차, 사택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런 대우는 본인의 실력과 벤처기업의 경영실적이
뒷받침돼야 가능한 일이다.

이스라엘 정부는 교육과 벤처 인큐베이팅 시스템을 통해 벤처 창업을
직·간접으로 지원한다. 교육열이 높은 것으로 유명한 유대인들은
국내총생산(GDP)의 10%를 교육부문에 투자한다. 초등학교에서 고차원
수학을 가르칠 정도로 교과과정은 과학기술 위주로 편성돼 있다. 인구
1만명당 과학기술자 숫자는 세계 1위인 135명. 2위인 미국의 두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항공우주·보안·네트워크 등 첨단 방위산업은 IT산업의 근간이다.
이스라엘에서는 남녀 모두 군대에서 2~5년간 복무한다. 여기서는
하이테크 기술개발과 운용능력, 프로젝트 진행과정 등 실무 교육을 받을
수 있어 제대 후 '전우'들끼리 벤처기업을 차리는 일도 흔하다.

이스라엘 산업통상부의 루벤 호레시 국장은 "젊은이들의 도전정신과
실패를 꾸짖기보다 격려해주는 사회분위기가 이스라엘을 벤처 강국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 텔아비브(이스라엘)=김희섭기자 fireman@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