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말(16일) 미국 나스닥시장이 5% 급락한 것은 거시 경제와 미시
경제 양쪽에서 예상보다 심각한 불황의 징후들이 다시 발견됐기
때문이다.
거시경제 쪽에서는 미시간대학이 발표한, 2월 소비자 신뢰지수의
급락이 충격으로 작용했다. 93년 이후 최저로 떨어진 이 수치는 최근
잇따르고 있는 미국 기업들의 감원 발표와 미국 증시의 반등 실패가 소비
심리를 크게 위축시키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작년 12월에 미국 경제가
바닥을 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한, 지난 주초 앨런 그린스펀 미
FRB(중앙은행) 의장의 발언과는 대조적으로 경기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물론 소비 심리의 위축은 FRB로 하여금 경기 부양을 위한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서게 할 가능성을 높여줬다는 점에서는 주식시장에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같은 날 발표된 1월 생산자물가가 10년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어 오름에 따라 FRB의 금리 정책이 딜레마에 빠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만일 경기 둔화와 함께 물가가
함께 오르는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이 진행중이라면, FRB가 인플레를
우려해 추가 금리 인하를 망설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시경제 쪽 뉴스는 더욱 잿빛이다. 델 컴퓨터, 휴렛 팩커드에 이어
노텔에 이르기까지 초대형 IT 업체들이 일제히 향후 실적이 부진이
우려된다고 투자자들에게 예고하고 나섰다. 세계 최대 광섬유 장비
업체인 노텔은 1분기에 주당 4센트의 영업 손실을 볼 것이라고
추정했으며, 금년에 1만명을 감원할 예정이라고 밝혀 16일 하루만에
주가가 무려 33%나 폭락했다.
노텔은 얼마전 1분기에 16센트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전망이라고
밝혔으나, 지난주말 매우 암울한 전망을 발표함으로써 월가를 충격의
도가니에 빠뜨렸다. 노텔의 실적부진 발표 이후 네트워크
장비·반도체·하드웨어·소프트웨어 등 IT 업체들도 실적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면서 IT업종 주가가 동반 급락했다.
지난주말 뉴욕 증시의 폭락은 이번 경제침체가 결코 「쉽게 끝나는
테마」가 아님을 잘 보여준다. 런던 소재 뉴스타 자산운용사의
펀드매니저 마크 비앨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쁜 뉴스들의 홍수가
막바지에 달했다는 기대가 있었지만, 이제 우리는 그것이 사실이 아님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 증시는 대통령의 날을 맞아 월요인인 18일
휴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