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차례 퇴출바람이 불 것인가, 아니면 엄포성일까.

정부가 올해 시행키로 한 '부실기업 상시퇴출제도'의 실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26일 "부실기업
상시퇴출제도는 채권단의 지원을 통해서도 회생이 불투명한 기업이
발생할 경우 그때그때 시장에서 퇴출시킨다는 것이 기본 골격"이라며,
"무더기 퇴출이 이뤄졌던 지난해 11·3 부실기업 퇴출조치와는 기본
목적과 시행방법이 다르다"고 밝혔다.

금감원 신용감독국 관계자는 "채권은행들은 각기 상시퇴출 기준을 마련,
거래기업들의 반기 결산보고서가 나오면 신용위험을 재평가하고,
금감원은 이를 점검하는 방식으로 상시퇴출제도가 운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상시퇴출제도의
세부운용기준은 각 채권은행이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금감원은 금융기관
건전성 감독기준을 활용해 은행들의 퇴출조치 등을 사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부실기업 판정 세부기준을 마련해 발표키로 했던 당초
계획도 취소했다. 또 '제2금융권 부채가 은행권 부채의 80%를 초과하는
기업'을 부실판정 기준항목에 포함하려했다가 철회했다.

다만 정부는 반기 결산보고서가 나오기 전에 중대한 추가부실이
발생하거나 분식회계 사실이 드러나 회생전망이 불투명한 것으로
판정되는 부실기업이 나타나면 즉각 퇴출시킬 방침이다.

그러나 '무더기 퇴출조치'가 배제되고 자금시장이 보다 활성화할 경우
잠재부실기업들 사이에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다시 만연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 부작용 대책 마련에도 착수했다.

금감원과 재경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상시퇴출제도는 작년 12월 29일
민주당 고위 당직자와 재경부 및 금감원 간부들이 모인 자리에서
부실기업들을 무더기로 퇴출시킨 '11·3 조치'의 부작용을 논의하던 중
상시퇴출의 원칙이 언급되면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재경부가 금감원측에 상시퇴출제도 시안 마련을 지시했으며, 이달
초 재경부가 시안을 외부에 공개하는 과정에서 '부실기업들을 분기 또는
반기별로 한꺼번에 퇴출시키는 방안'으로 과대포장됐다는 게 금감원측
설명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는 11·3조치 때 회생가능 판정을 받은
235개 잠재부실기업을 어떻게 해서든 살리기로 하는 등 이미 기업정책
방향을 '회생과 지원'쪽으로 전환했다"면서 "상시퇴출제도는
부실기업 구조조정의 기본원칙을 강조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