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일본과 미국·유럽 등지에서 엔씨소프트의 세계화 기반을 닦는 한해가 될 겁니다. 그 기반을 잘 마련하고 나면 내년에는 엔씨소프트를 중심으로 한국 게임회사들이 세계 게임시장에서 한단계 더 도약하는 한해가 될 것으로 봅니다."

엔씨소프트 김택진(34)사장의 관심은 온통 온라인게임 리니지의 '세계화'에 쏠려 있다. 세계 게임시장을 좌우하는 일본시장 진출을 위해 일본 춘소프트사와 지난 연말 조인트벤처 설립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맺은데 이어 현재 라이센스 형태로 진출해 있는 대만시장도 조만간 조인트벤처 형태로 전환할 예정이다. 현재 베타테스트(상용화 전단계로 실시하는 공개서비스)를 하고 있는 미국시장과 파트너를 고르기 위해 활발한 협상을 벌이고 있는 유럽시장 진출도 올해안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낼 계획이다.

김 사장이 세계화의 관건으로 꼽고 있는 점은 바로 현지 문화에 맞는 게임을 개발하는 것. 단순한 라이센스 형태가 아닌 조인트벤처 형태를 고집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단순한 라이센스 형태로는 현지 문화를 담은 게임 개발에 소홀할 수 밖에 없습니다. 리니지를 효과적으로 보급하면서 각각의 조인트벤처가 현지 문화를 담은 자체 게임을 개발, 다양한 게임을 공급할 계획입니다."

귀여운 캐릭터를 좋아하는 일본 시장에는 귀엽고 앙증맞은 이미지의 캐릭터를 많이 등장시키는 게임을 개발·공급하고, 동양적인 서사를 담은 게임은 대만에 공급하는 식이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574억원 매출에 200억원대의 경상 이익을 냈다. 올해 예상 매출액은 해외부문을 제외하고도 1100억원대. 예상 순이익만 600억원으로 잡고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업체가 10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린 경우는 한글과컴퓨터를 제외하면 전무후무하다. 하지만 이런 예상 실적도 올해의 어려운 경제사정을 감안, 지극히 보수적으로 잡았다는 게 김 사장이 설명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성장률 둔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 사장은 "일정 규모를 갖춘 후에는 성장률보다는 시장내에서 어떤 위치를 지켜나가느냐가 더욱 중요하다고 본다"며 "지속적으로 리니지 시리즈를 발표하고, 각국에 진출한 조인트벤처들이 히트작들을 내준다면 게임업체로서 주도적인 지위를 굳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의 진짜 고민은 날이 갈수록 다양해지는 통신환경에 게임을 어떻게 접목시키는가 하는 점이다. 무선인터넷이 돌풍을 일으키면서 일본의 게임산업 성장률이 지난해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는 점도 마음에 걸리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엔씨소프트는 휴대폰이나 PDA에서 구현할 수 있는 온라인 게임 제품을 여름에 내놓을 계획이다. 리니지의 저변 인구를 더욱 더 넓히기 위해 리니지 토너먼트 대회도 계획하고 있다.

한때 15만원을 넘었다가 5만원선까지 떨어지기도 했던 엔씨소프트 주가는 최근 공모가(7만원) 수준을 회복했다. 그러나 김 사장은 직원들 대부분이 주주이고, 개인투자자들이 많다는 주주구성 때문에 적절한 주주 보상을 계획중이다. 5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소각을 검토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 현금배당을 많이 할 경우 대주주만 이익이라는 점 때문에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처럼 이익중 일정부분을 자사주 매입 소각에 사용, 주주들 이익을 보장하겠다는 생각이다.

최근 벤처경영인들이 기술 개발보다는 재테크에 치중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김 사장의 생각은 단호하다.

"회사 규모가 커질수록 주주를 위한 경영이라든가, 재무적인 측면에서 전문 경영인의 필요를 많이 느낍니다. 적절한 시기가 오면 회사의 경영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인물에게 경영을 모두 맡기고, 저는 개발파트만 맡는 분업화를 이룰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