곪았던 악성 종양들이 한꺼번에 터지며 코스닥 지수가 사상
최저치로 주저 않았다. 20일 코스닥 주식 시장은 전일 미국 나스닥
지수가 연중 최저치로 내려 앉고, 동신에스앤티 주가조작 파문으로 인한
불신이 도화선이 되면서 사상 최저치로 폭락했다. 이날 코스닥 시장은
투자자들이 일부 투매양상을 보이면서 4.42포인트(6.97%) 폭락한
58.9로 마감했다. 지수가 60이하로 떨어진 것은 97년 6월1일 코스닥
지수를 만든 이후 처음이다.

◆ 왜 코스닥이 더 급락하나 =20일 코스닥 시장은 시가총액 17위까지
종목이 모두 떨어진 것을 포함, 227개 종목이 하한가를 기록하는 투매
양상을 보였다. 특히 연말 랠리가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과는
반대로 '주식 대신 현금을 가지고 연말을 보내겠다'는 심리가
확산되며, 하한가로 팔자 주문이 쏟아졌다.

증권 전문가들은 미국 나스닥 시장의 하락과, 또 불거진 주가조작
사건이 그 동안 잠복했던 코스닥 시장의 악성 종양을 터뜨렸다고
설명했다.

LG투자증권 박중현 코스닥 팀장은 "코스닥 기업들의 주가대비
수익률(PER)이 아직 거래소 시장보다 훨씬 높아 기술주 거품론이 재현될
우려가 있는데다가, 기업들의 중기 자금 전망도 좋지 않다"며 "이런
상황 속에서 또 주가조작 사건이 터져 시장의 불신까지 더 심해졌다"고
말했다.

현재 코스닥의 평균 PER은 15배(통신서비스 제외)로 거래소 시장보다 3배
정도 높은 상태. 연초에 비해 주가가 80~90% 떨어진 기업들이 많지만,
아직도 실적이나 기업 내용 측면에서 코스닥 주식이 거래소 주식에 비해
거품이 심하다는 지적이 수그러 들지 않고 있다.

올 1월부터 5월의 증시 활황기에 코스닥 기업들이 너나 없이 대규모로
CB(전환사채)와 BW(주식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한 것도 중기 주가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내년 1월부터 외국투자자들이 약 1조원에 달하는
풋옵션(일정 가격에 CB나 BW를 되팔수 있는 권리)을 행사하면 기업들이
자금난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내년에 국내
대기업들이 일제히 설비투자를 줄일 경우 코스닥 기업의 매출액과
순이익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무엇보다 코스닥 시장의 악성 종양은 계속된 주가조작과 벤처 기업인의
금융 스캔들로 시장의 신뢰가 무너졌다는 것이다. 미래에셋증권
박진규감사는 "한참 활황 때는 대부분의 종목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주가
장난이 심했다"며 "시장의 신뢰를 되찾는 것이 코스닥 시장의 살
길"이라고 말했다.

◆ 투자자는 어떻게 해야 하나 =코스닥 지수가 사상 최저치로 내려가자
일부에서는 '저점 매수'기회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기업 실적 악화, 시장 신뢰 부재와 같은 근본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에 신규 매수를 하기에는 극히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대우증권 이종우 투자전략팀장은 "일단 투매 양상이 진정되고 내년 초에
주가가 안정세를 보일 때를 투자 기회로 삼는 것이 유리하다"며 "기존
투자자들은 섣불리 주식을 팔기 보다는 때를 기다리는 것이 유리해
보인다"고 말했다.

LG투자증권 박중현 팀장도 "투매 국면에서 뇌동매매를 하면 손해만 더
볼 수 있다"며 "일단 기술적 반등 시기를 노려 주식을 매각하는 것이
손해를 줄이는 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