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KOSA)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추계
컴덱스2000행사가 끝난 뒤, 한국업체들의 컴덱스 기간내 수출상담 실적을
발표했다. 한 참가업체 대표는 이 자료를 보고 "전시 행정의 극치를
보여주는 사례"라며 실소를 금치 못했다.

정보통신 분야 판매 상담은 최소한 수개월이 걸리는 작업으로, 공산품을
팔듯이 앉은 자리에서 계약이 이뤄지기 어렵다. 또 컴덱스 현장에서 설사
계약이 이뤄졌다 해도, 이미 수개월간 진행해온 협상을 컴덱스에서
마무리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한국 벤처기업들은 올 추계 컴덱스 2000에서 크게 활약했다. 180여 참가
업체는 다양한 제품과 기술로 한국 IT산업의 발전상을 전 세계에
보여줬고, 일부 업체는 외신을 타면서 스타 대접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해외 홍보와 마케팅 측면에서는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일부
업체는 "비싼 달러를 쓰고도 원하는 효과는 거두지 못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오지 않을 걸 그랬다"면서 '컴덱스 환상'에 젖었던 것을
후회했다. 특히 샌즈엑스포의 한국관에 입주한 기업들의 불만이 컸다.
한국 기업을 한데 몰아넣은 전시장 형태때문에 한국관 중앙에 자리잡은
기업들은 외국인의 눈에 잘 띄지 않아 한국인끼리 마주보면서 답답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

이에 비해 스웨덴·영국·독일 등 샌즈엑스포에 참가한 유럽 국가들은
다양한 자료를 비치해 놓고 관람객의 눈길을 끌었다. 스웨덴의 경우
자국의 IT산업 현황을 압축한 자료를 나눠주면서 '무선 기술
강국(Center of Wireless Valley)'이란 점을 강조했다.

또, 한국 업체들은 현지의 IT전문 언론에 한줄이라도 언급되기를
원했으나, 홍보방법을 잘 모르는 듯했다. 관람객이나 바이어가 원하는
내용을 영어로 설명하기 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해외 언론홍보까지 욕심
낼 처지가 아니었다. 일부 업체는 전시를 주선한 소프트웨어산업협회와
전자산업진흥회(EIAK)의 역할에 대해 의문을 표시했다.

언어 장벽 등 여러 문제를 지닌 한국 벤처기업이 컴덱스를 잘 활용하려면
업계 전체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 또 정부도 업계의 공통 민원사항을
사전에 파악하여 지원해야 한다. 업계는 정부나 협회가 전시행정을 위해
수출계약 상담 자료를 내놓으라고 다그치는 것보다, 해외홍보에 필요한
기초자료를 만들어주거나 외국 언론을 대상으로 한 공동 홍보행사를
주선해주길 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