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스크로부터

오늘은 이해익 경영컨설턴트의 글 '기업의 삼권분립(三權分立)과 실상'을 보내드립니다.

이해익 컨설턴트는 지난 9월에도 '전문경영인의 실상과 유형'이라는 글을 통해 머슴형, 가신(家臣)형, 치매형, 횃불형 등 일곱가지 유형의 전문경영인을 재미있게 쓴 적이 있습니다.

이해익 컨설턴트는 서울대 상대를 졸업하고 유원건설, 진로그룹, 캠브리지 등에서 근무했습니다. 최근에는 리즈경영컨설팅의 대표 컨설턴트로 있으면서 경실련 운동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최성환 sungchoi@chosun.com

■ CEO클럽: 기업의 삼권분립(三權分立)과 실상

올바른 전문경영인 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유능한 전문경영인들을 사회가 격려해 주어야 한다. 그들의 자생과 성장을 돕기 위해서 사회적 의식과 관행의 변화와 제도적 혁신도 필요하다.

다시 말하면 도덕적 해이를 억제할 수 있고, 시장이 원활히 작동되면서 명실공히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는 제도적 변화가 요구된다. 이를 위해 다음 두가지가 선행되어야 한다.

◆ 기업경영외적 환경의 개선

이를 위해서는 사회 전반의 투명성제고가 첫째이며, 공정한 게임의 법칙이 적용되는 사회 환경조성이 둘째다. 그래야 '시장'이 형성되고 기업의 내재가치가 시장에 그대로 반영된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불투명한 구석이 상당히 많다. 불투명은 부패와 접목되어 있다. 기업은 사회 속에 존재하므로 기업이 독불장군처럼 부패사슬의 일원이 되지 않기란 매우 힘들다. 따라서 부패비용을 조성해야 되고 기업조직내에서도 신뢰보다는 불신이 조장되기 쉽다.

그런 가운데 올바른 전문경영자가 생존하기는 매우 힘들다. 이를 증명하듯이 99년말 "한국기업의 투명성이 더 나빠졌다"는 홍콩의 정치·경제위험도 평가기관인 PERC(Political & Economic Risk Consultancy, Ltd)의 보고가 있었다.

한편 현재 우리 사회는 공정한 게임의 법칙이 설 자리가 옹색하다. 창업자의 2세, 3세의 부당한 승계를 전문경영인 중에 누구는 도와야 한다. 그러니 능력보다는 부당승계 공범의 일원이냐 아니냐에 따라 발탁의 기회가 좌우되는 세상이다. 정치계, 학계, 종교계 등도 반성할 점이 많다.

◆ 경영 내적 문제의 개선

①첫째, '기업의 삼권'이 '명백히 분립'되어야 한다. 기업의 삼권이란 소유권와 경영권과 감독권이다. 지금까지 기업의 지배구조와 투명성, 견제 등이 화두가 되어왔다. 그래서 사외이사제도 등이 끼어 들었다. 하지만 장관이 되었다가 20여일 만에 퇴임한 S씨를 되새겨 보라. 이사회도 대주주(=총수오너)의 수족이고 또 사외이사도 포장술에 지나지 않는다. 내부 상임 및 비상임감사도 들러리일 뿐이다. 더더욱 놀라운 일은 외부감사기관인 CPA도 장님 내지는 형식요건을 갖추는 도구로 전락된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회계담당 전문경영인이 총수 오너를 독대한다. "회장님, 올해 당기 순이익을 얼마로 할까요?" 회장의 구두지침(결코 문서로 하지 않는 치밀한 영리함이 있다.)에 따라 재무제표를 창작(?)해 내는 게 보통이다. 이를 외부감사하는 기관인 CPA법인도 뻔히 눈치채고 있다. 하지만 시시비비를 따지고 토를 달 형편이 아니다. 그러다가는 경쟁CPA법인에게 고객회사만 빼앗길 뿐이다. CPA선정을 해당기업이 마음대로 선정한다는 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쓰러진 후 기아그룹과 대우그룹을 제3자 CPA법인이 실사한 내용을 보라. 얼마나 분식이 심했는가를. 아직도 대우그룹의 빚은 몇 십조원인지 미지수가 아닌가.

여러 사정을 고려할 때 기업의 삼권이 '명백히' 분립되기 위해서는 우선 외부감사 기관인 CPA법인의 선정권이 기업으로부터 채권기관으로 옮겨져야 한다. 이 때 조건이 있다. 금융기관도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안 된다. 관치금융은 물론 권치금융(權治金融, 권력의 압력에 의한 대출 등) 등이 사라지는 것이 급선무다.

금융권자체도 피나는 노력을 하여야 한다. 현재와 같이 주총에서 외부감사인 CPA법인을 선임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다. 실질적으로 집행권을 움켜쥔 대주주중심으로 선정되는 셈이다. 대주주와 한통속인 감사와 사외이사가 요식행위만을 치루어내며 CPA를 선임한다. 채권단인 금융권과 소액주주들의 대표단이 결합하여 '감사인 선임위원회'를 구성하고 외부감사인 CPA법인을 선임하여야 한다. 상임 또는 비상임감사 역시 '감사인 선임위원회'에서 선임하여야 한다.

이때 주의할 것은 퇴임 금융권 및 관료 등을 제외하는 등 채권단의 자리 이권화를 제도적으로 막아야 함은 물론이다. 그리고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밀착감사를 하도록 한다. 그 대신 CPA법인의 실수는 선진국처럼 거의 재기가 어려울 정도로 법인과 담당CPA 개인에게 심각한 타격이 되도록 해야 한다. 이상에 언급한 소유와 경영, 그리고 감독권이 제각각 역할을 다할 때 경영의 권한과 책임도 보다 명백히 되는데 기여하는 바 클 것이다.

②둘째, 자본과 경영을 독식하고 그것도 부족하여 세습하는 관행을 적극 극복해야 한다. 자본주의를 표방하는 사회이므로 자본의 상속은 막을 수 없다. 다만, 자본의 상속도 정당한 세금을 낸 후 정당성을 보장받는 일이다. 이제 시간경영(Time-Based Management)과 공간경영(Space-Based Management)과 정보경영(Information-Based Management)이 종합된 고도의 전문적이며 종합예술과 같은 차원의 경영이 요구되는 시대에 진입했다.

아마추어 세습경영자가 황태자처럼 상속받은 가신(家臣) 같은 신하의 충성심만으로 경영할 수 없다. 자본의 상속자들은 전문성을 구축하기 위해 오랜 세월 피나는 노력과 검증을 받은 전문경영인들의 일을 뺏지 말고 그들이 창조적 능력을 꽃피우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자본의 상속자들은 가진 자답게 이 나라의 고급 문화창달에 힘써야 한다. 사회적 역할 분담이기도 하다.

③셋째, 전문경영인의 권한과 책임, 상과 벌 그리고 보상이 뚜렷해야 한다. 당연한 말이 지켜지지 않은 30-40년의 과거 기업 역사이기에 생소한 말처럼 들릴 정도다. 임기보장도 또 중요사항이다. 얼마전 H그룹 왕자의 난 때문에 퇴임한 L회장은 자랑스럽게 말했다. "내 책상은 항상 깨끗하다. 명예회장은 지시를 받으면 바로 움직이라고 말씀하셨고 그 뒤로 나는 아침에 인사발령을 받으면 오후에 임지로 떠나곤 했다." 뒤집어 얘기하면 항상 파리 목숨을 각오했다는 뜻과 같지 않은가. 임기가 경영자의 실적에 따르지 않고 총수오너의 용도에 따른 것이다. 선장과 같은 권한과 책임, 적절한 임기, 그리고 만선의 기쁨을 나눌 수 있는 상과 벌이 공정하고 명쾌해야 한다.

보상 역시 그렇다. 당당히 세금내고 받는 봉급이 떳떳하다. 세금낸 흔적도 없이 애매하게 만들어진 별봉이 돈 액수보다 몇십배 의식을 썩게 만들었다. 96년에 당시 환율로 연봉 250만 달러에 해당하는 18억원 이상을 받아 유명해진 필라코리아의 윤윤수사장은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봉급의 반이상을 세금으로 쾌척(?)하고 밝은 태양아래 당당하게 돈 쓰고 살아가는 월급쟁이 사장이다. 한국의 모든 기업도 배워야 한다. / 이해익(리즈경영컨설팅 대표컨설턴트 yjbong@nownuri.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