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할리우드 영화계에 디지털 경쟁이 치열하다. 올 여름
극장가에는 제작과정과 상영 방법에서 첨단 디지털 기술을 도입한
영화들이 많아 눈길을 끈다.
◆ 파도와 폭풍까지 디지털로 표현 =폭풍과 싸우는 인간의 사투를
그린 '퍼펙트 스톰'은 컴퓨터 그래픽(CG) 기술의 결정판이다. CG로
표현해내기 가장 어렵다는 물을 사실적으로 나타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속 120마일의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해일 제조기와 3 대의 바람
제조기를 동원해 10층 높이의 파도를 만든 뒤 CG 기술로 PC에서
완성하는 방식으로 제작했다. 표면에 흰색 거품이 그물 모양으로
생기는 바닷물의 질감과 강풍이 불면서 휘날리는 파도 꼭대기의
흰 안개는 CG로 표현해냈다. 97년 제임스 카메론이 '타이타닉'을
찍을 때는 실제로 배에 물을 쏟아부으며 침몰 장면을 촬영했다. 당시
특수촬영을 맡았던 디지털도메인사는 파도의 미세한 부분을 CG로 완벽히
표현해 내기가 기술상 어려웠다고 했다. '퍼펙트 스톰'의 파도는 영화
'트위스터'의 회오리 바람을 CG로 만들어냈던 ILM사의 작품이다.
◆ 애니메이션도 생생하게 =디지털 애니메이션도 실시와 그래픽을 융합한
디지털 제작 기술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드림웍스의 어드벤처 애니메이션
'엘도라도'는 트레디지털이라는 기법을 사용했다. 고정된 배경화면을
미리 만들어두고 중심 인물만 움직이는 셀 방식과 달리, 뒷 배경은 물론
중심인물까지 그래픽으로 만든 뒤 중심 인물에 입체 돌출 효과를 강화해
사실감과 원근감을 높였다. 이 영화 역시 바다의 사실감을 표현하기 위해
사각조명(gradient light)을 물에 비쳐 깊이와 넓이를 표현했다.
중생대
백악기를 소재로 한 공룡영화 '다이너소어'는 배경화면을 실사화면으로
찍고 등장인물들을 디지털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해 합성했다. 디즈니사는
이 영화를 찍기 위해 자체 스튜디오에 극비실험실(TSL)이란 디지털 전문
스튜디오를 만들었다. 각 공룡들의 관점을 정밀하게 촬영하기 위해
다이노캠이라는 특수 카메라를 사용했다. 제작진은 영화 워크북도
3D로 만들었다고 한다.
◆ 디지털 상영기도 등장 =다이너소어는 영화 제작방법뿐 아니라
상영방식에서도 디지털을 택했다. 필름 영사기가 대신 텍사스인스트루먼트
(TI)사가 개발한 디지털 프로젝터(DLP·Digital Light Processing)로
상영한 것. 필름 영사기가 비디오CD 수준의 화질이라면 DLP는
디지털다기능비디오(DVD) 수준이다. 이때문에 디지털영화를 필름으로
바꿔 상영할 때 화질이 약간 떨어지는 약점을 극복할 수 있었다. 관객들은
바람에 흩날리는 여우원숭이 털의 미세한 움직임이나 공룡들의 다양한
감정이 노출되는 피부와 근육 움직임까지 선명하게 육안으로 구별할 수
있다. 예전의 디지털 애니메이션은 팀 버튼 감독의 '크리스마스 악몽'
처럼 작은 인형(미니어처)을 만들어 배치한 뒤 각각의 동작을 조금식
움직여 따로따로 찍고, 이를 24프레임으로 연결하는 스톱모션 방식이
많았다. 이젠 엘도라도, 다이너소어처럼 기획, 촬영, 배급 등 전 과정이
디지털로 이루어지는 수준까지 진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