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과학계에 학제간(interdisciplinary) 연구가 각광을 받고 있다.

학제간 연구는 생명공학·기계공학·물리학·수학 등 학과 성격이
뚜렷하게 다른 분야의 과학자들이 협력, 공동으로 연구과제를 수행하는
것을 뜻한다. 체계과학(system science)의 경우 자연과학뿐 아니라 철학·
사회학·정치학·경제학 등 인문사회과학 분야까지 관통한다.

최근 성공적으로 완수된 게놈 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의
저변에도 학제간 연구가 빛을 발했다. 게놈 프로젝트의 완료시점을
앞당기는 데는 염기서열 해독기·유전자 증폭기술, 그리고 이 기계들을
움직이고 데이터를 분석하는 소프트웨어 등 생명과학 바깥에 있는
공학의 성과가 결정적인 도움을 줬다. 게놈 프로젝트의 기초가 되는
DNA·RNA 단백질에 대한 연구 역시 캘리포니아공대(Caltech)에서 개발한
초고속 원심분리기(ultracentrifuge)에 의해 혁신적인 진전을 이뤘다.

이런 기기들은 공학자들에 의해 탄생한다. 그러나 서로 다른 학문들간의
교류가 없었다면 공학자들이 스스로 생명과학에 응용되는 기기들을
설계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제 학제간 연구는 본격적인
국면을 맞았다. 버클리대에서는 5억달러를 쏟아부어 본격적으로 학제간
프로그램을 만들고, 학문간 공유부문(interface)을 묶기 시작했다.
캘리포니아공대·MIT·하버드대 등 유명 대학들도 유사한 프로그램을
이미 만들었거나 구상 중에 있다.

국내에서도 학제간 연구는 미생물·세포 배양, 단백질 및 최종 물질의
분리·정제, 유체역학에 근거한 배양조 개발 등을 중심으로 오래 전부터
논의되어 왔다. 그러나 학자들간 교류가 잘 이뤄지지 않았고, 발전속도가
더딘 편이다.

국내 학자들이 언급하는 학제간 연구의 가장 큰 장벽은 학과간의
붕당성이다. 대학이 학과 중심으로 운영되다 보니 폐쇄적이고 집단이기주의의
우산 아래 놓이게 됐다는 논지다. 학제간 연구를 활성화 시키기 위해서는
공학도를 위한 일반생물학 과정 등 타분야 교과목 신설, 교수 신규채용시
다른 전공분야 선임 등 학과간 장벽을 허물 수 있는 환경과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