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김모(32)씨는 지난 5월 초 한 인터넷 상품권 할인판매 사이트에 37만원이
넘는 돈을 떼였다.

10만원권 백화점 상품권을 9만6000원씩에 할인판매 한다는
말만 믿고 4장 값인 37만6000원을 은행 계좌로 먼저 보냈으나 며칠 후 사이트는
폐쇄돼 버렸고 주문한 상품권은 한달이 넘도록 오지 않아 급기야
소비자보호원에 피해신고를 했다. 소보원은 즉시 경찰청에 자료를 보냈으나
사라진 사업자는 아직 오리무중이다.

인터넷쇼핑몰을 이용하는 '사이버 쇼핑객'들이 최근 크게 늘어남에 따라 이처럼
물품 대금만 챙기고 사이트를 폐쇄해 버리거나 약속한 배달 기일 내에 상품을
보내지 않는 사례가 속출하는 등 소비자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99년 한 해 동안 접수된 인터넷쇼핑몰 피해 건수는
306건. 그러나 올 들어서는 5월까지 이미 448건을 기록, 작년 한 해 치를 훨씬
넘어섰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보면 올해는 피해 사례가 월 평균 7배 이상 늘고
있는 추세다.

"인터넷을 통해 구입한 유명 브랜드 핸드백이 이미 백화점에선
품절된 구형 제품인 걸 나중에 알았는데 반품 기간이 지났다고 교환을
거절당했다", "인터넷 경매로 구입한 CD플레이어가 당초 주문했던 제품과 다른
상품이 배달돼 왔다"는 등의 소비자 하소연이 소보원 소비자상담실에 줄을
잇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도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서울YMCA
조사에 따르면 사업체 대표자 이름을 밝히지 않은 사이트 비율이 56%를
넘었으며 사업자등록번호 미표시 업체도 58.6%에 달한다. 회원 등록을 하려는
이용자들에게는 이메일ID, 무선전화 번호 등 갖가지 개인정보를 까다롭게
요구하면서도 사업자 자신들의 정보 공개에는 정작 인색 하다는 얘기다.

서울YMCA 시민중계실의 서영경 팀장은 "전자거래 소비자보호지침이나
사이버몰 이용표준약관에는 상호명, 대표자 성명, 영업신고필증 같은 사업자
신원 정보를 명시하도록 돼 있지만 아직 법상으로 명문화 되지 못해 위반 시
처벌규정이 없다"고 지적했다.

현행 법에는 또 인터넷쇼핑몰 개설 신고를 시·도의 자치단체에 하도록 돼 있어
중앙정부에서는 인터넷쇼핑몰 관련 피해 규모는 물론 현재 운영 중인
인터넷쇼핑몰 숫자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엔 전자상거래 관련 법규
개정의 늑장 추진도 한몫 하고 있다.

6월 현재 국내에서 운영 중인 인터넷쇼핑몰 숫자는 1200~1500개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이중 자치단체에 영업신고를 한 사이트는 10%도 채 되지 않는다.
서울YMCA가 서울시와 공동으로 최근 조사한 인터넷쇼핑몰 모니터 결과를
보면 조사 대상인 169개 인터넷쇼핑몰 중 자치단체에 영업신고를 한 사이트는
8.3%뿐인 것으로 밝혀졌다. 나머지 91.7%는 미신고 업체들인 셈이다.

통신판매법에 따르면 시·도에 신고를 하지 않고 영업을 하는 사업체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도록 돼 있지만 중앙정부는 물론
서울시를 비롯한 어느 자치단체에서도 이에 대한 단속을 하지 않고 있다.
소보원 정책연구실 강성진 연구위원은 "현재 개설 중인 인터넷쇼핑몰들 중
대부분이 미신고, 허위신고 사이트들이어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보상받을 방법이 막막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