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대한항공의 김승호입니다. 오랜만에 글을 올립니다. 요즈음 IT에서 가장 큰 화두인 B2B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B2B는 기업 사이의 비즈니스를 인터넷을 통해 처리하자는 발상입니다.
◆B2C 개념은 예전부터 강조하던 내용
B2C에서는 유통구조혁신, 소비자 파워의 증대, 개별 커뮤니티의 발전 등을 주로 얘기합니다. 반면 B2B에서는 기업의 구조변화, 원가절감, 기업가치 상승 등이 핵심입니다. 이 말은 인터넷 시대인 오늘에야 새로 논의하는 얘기가 아닙니다.
이미 1960년에 컴퓨터를 기업에 처음 도입할 때도 주장했던 말입니다. 실제 과거의 경영정보 책에 보면 현재 회자되는 전자상거래의 효험, 영향 등이 거의 똑같이 적혀 있습니다.
다만 근래엔 인터넷, 웹, TCP/IP 등 기술적인 용어만 추가되었을 뿐입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똑같은 메뉴로 포장을 달리하는 미국사람의 비즈니스 기술에 온 세계가 부화뇌동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지적하기도 합니다.
◆B2B 성공사례로 꼽히는 보잉사
다음의 사례를 살펴보면서 B2B에 대한 관점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미 상무부의 전자상거래 혁명(The Emerging Digital Economy) 보고서를 보면 보잉사가 기업간 전자상거래를 선도하는 모범적인 기업으로 나와 있습니다. 이 일의 실제 배경을 알아보도록 하지요.
미국에는 항공운송협회라는 기구가 있습니다. 비행기 생산회사와 항공사들의 조합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이 사람들이 모여서 비행기 생산, 정비에 필요한 부품들을 온라인으로 사고 팔자는 아이디어를 냈는데 이게 이미 1980년대 중반 일입니다.
이들 회원끼리 컴퓨터를 이용하여 입찰하고 부품을 조달하면 온라인으로 모든 일이 처리되기 때문에 진행속도가 빠릅니다. 부품을 빨리 조달하면 재고가 줄고, 항공기 가동률이 높아지는 건 당연한 결과입니다.
◆부품조달 필요에 따라 경쟁회사라도 협력
오늘 저녁에 파리로부터 도착한 항공기가 내일 아침에 미국으로 출발하려면 그사이 그 큰 비행기의 구석구석을 살펴보아야 합니다. 이때 만약 이상징후를 발견했는데, 부품이 없으면 비행기는 지상에서 쉬어야 하는 것이지요.
다른 제조회사에서는 늦더라도 제품을 만들면 되는 것이고, 급할 경우 재고로 쌓여있는 다른 완제품이 있으면 그것으로 보충할 수 있습니다. 비행기는 그게 되지 않습니다.
오늘 비행기가 뜨지 못하니, 내일 고친 후의 비행기를 이용하라면 공항이 순식간에 수라장이 될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을 보잉이나 엔진을 만드는 GE나 항공사나 모두 공감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것을 지혜롭게 해결해 보고자 경쟁회사끼리도 협력을 하는 것입니다.
또 한가지, 항공사는 정비를 위해 보유하는 항공기 부품의 양이 엄청납니다. 이에 따라 잉여부품이 자주 발생합니다. 어떤 항공기를 매각할 경우, 그 항공기용으로 남겨뒀던 예비부품들은 잉여부품이 됩니다.
이 경우 A항공사에서는 잉여부품이고, B항공사에서는 필요한 부품이 되는데, 이 때 이러한 체계가 위력을 발휘합니다. 이는 A사나 B사 모두에게 유익한 것이 됩니다. 이렇게 유용한 것이라도 처음에는 회원들의 참여나 지원이 저조했습니다. 부품업체들은 자기 회사의 가격정책이 노출되는 것이 싫기 때문이지요.
◆B2B 성공 요인은 참여기업 숫자
현재 500개 정도의 기업이 참여하기까지는 10년 이상의 세월이 필요했습니다. 요즈음 B2B 성공의 필수요인은 참여기업 숫자라는 이론은 이런 경험에 근거를 둔 것입니다. 미국의 기업들이 B2B를 현장에 응용하는 것은 이런 오랜 경험과 노력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요컨대 B2B는 갑자기 나온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요즈음 우리나라에서 B2B를 많이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경험과 과정이 아직 없는 상태입니다.
B2B는 인터넷이란 기술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위에서 얘기한 것 같은 오랜 시간의 완숙기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IT클럽리포터 김승호 ksh@koreanair.co.kr
입력 2000.06.19.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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