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의 무균주사제 생산현장을 진두 지휘하는 김민식(48) 과장.
매분 매초 보이지 않는 균과의 전쟁을 치러야 하는 무균주사제 생산현장은
매우 엄밀한 품질공정이 생명이다. 5단계 공정 중 조금이라도 실수를 하면
제품을 모두 버려야 한다. 대부분의 제약회사에서는 대학에서 제약을 전공한
사람에게 무균주사제 생산현장 책임을 맡긴다.

하지만 김 과장은 평택공고 화공과를 졸업한 고졸 출신의 현장근로자다.

지난 77년 11월 유한양행에 입사한 이후 원료의약품 합성 10년, 포장과장

4년, 무균주사제 제조 10년 등 24년째 생산라인을 지키고 있다.

김 과장의 강점은 오랜 생산현장 근무로 살아있는 현장지식을 갖고 있다는
것. 또 틈틈이 일어로 된 문헌을 뒤지며, 독학으로 제약의 특성이나 품질공정에
관한 연구를 해왔다. 그래서 누구도 그의 현장감각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사실 그의 진가를 설명하자면 '품질명장' 얘기부터 꺼내야 한다. 그는
현재 제약업계의 유일한 품질명장이다. 품질명장은 국가가 인증하는 품질장인.
10년 이상 장기 근속하고, 생산분임조 활동경력이 5년 이상인 현장 근로자 중
품질향상을 위한 분임조 지휘, 아이디어 제안, 뛰어난 품질공정 관리로
생산현장의 귀감이 되는 근로자에게 부여된다.

김 과장은 생산현장을 지킨 지 18년 만인 지난 95년 11월 제약업계에서는
두 번째로 품질명장에 임명됐다. 제1대 품질명장은 이미 은퇴했기 때문에 그는
현재 제약업계의 유일한 품질명장.

그는 "자녀들과 아내까지 거실에 걸린 품질명장 동판임명장을 집안의
가보처럼 여기며, 생산현장을 지키는 아빠를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사내에서도 생산현장의 분임조 활동이 뛰어나 금상을 네 차례나
수상하는 등 20여 차례 이상의 수상경력을 갖고 있다.

생산라인에 문제가 있으면 무조건 라인가동을 중단시킨다. "생산기계도
살아있는 것처럼 다뤄야 한다"는 게 그의 생산현장 철학. 그는 "요즘
젊은이들은 생산현장을 하찮게 여겨 걱정"이라며 "제조업은 모든 제품탄생의
마지막 단계로 품질에 따라 상품가격이 천차만별로 달라지는데, 최근 벤처붐
때문에 제조업을 등한시하면 국가에도 큰 손실이 뒤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사무직 근무 제의가 있었지만 생산현장근무가 좋아 마다하기도 했다.
김 과장 이후 아직도 제약업계는 품질명장을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그는
자신을 잇는 품질명장이 등장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요즘 젊은이들은
생산현장을 지키려고 하지 않고, 편한 사무직으로 이직하려고만 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수한 인력들이 벤처기업 못지않게 제조업 쪽으로도 많이 와서
뛰어난 제품을 만드는 데 기여해야 한다"며 "두뇌산업과 함께 굴뚝산업도
국가경제를 위해 병행해서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