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펄 난 정보통신-인터넷주, 침몰한 '중후장대산업'과 대중주.
99년 서울 증시가 숫한 화제를 뿌리며 막을 내렸다. 사상 초유의
저금리를 바탕으로 올해 증시는 각종 신기록을 양산하면서 주가지수
1000 시대를 다시 열었다.이 과정에서 새로운 스타군단들이 혜성처럼
등장했는가 하면, 시대조류를 타지 못한 종목들은 철저히 소외돼
투자자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올해 사상 최고의 활황세를 보였던 코스닥 시장은 시가총액이
100조원대에 접어들면서 거래량도 전년대비 39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 코스닥 시장의 최대 화제주는 단연 '상반기 골드뱅크, 하반기
새롬기술'. 골드뱅크는 '광고를 보면 돈을 준다'는 아이디어 하나로
단숨에 인터넷 기업군(기업군)의 '대표주자'로 올라섰다. 폐장일인
28일 주가는 1만1000원(액면가 500원)을 기록했다. 액면가를 5000원으로
계산하면 실제 주가는 11만원인 셈이다. 지난 2월초 6만원대(액면가
5000원 기준)에 머물던 골드뱅크 주가가 5월 한때 31만2000원으로
치솟자, 국회의원들이 국정감사에서 작전세력의 불법거래가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했으며, 금융감독원의 조사를 받기도 했다.
골드뱅크는 국내에 인터넷주 열풍을 가져온 모험기업이라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유상증자로 확보한 돈을 계열사 확대에 사용한 벤처캐피틀
(투자회사)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엇갈리고 있다. 골드뱅크가 선도한
인터넷주 열풍을 이어받은 기업이 바로 새롬기술과 다음커뮤니케이션스이다.
이중 새롬기술은 모뎀과 통신용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벤처기업으로, 지난
8월 13일 코스닥에 등록한 이후 인터넷 바람을 타고 주가가 연일 폭등했다.
미국에 세운 자회사인 다이얼패드사가 시작한 무료 인터넷전화 서비스
사업의 성장성이 부각됐기 때문. 등록당시 2만5750원이었던 새롬기술
주가는 액면을 500원으로 분할했음에도 불구하고 28일 24만2000원까지
치솟았다. 액면가 5000원을 기준으로 하면 240만원이 넘는 '귀족주'가
된 셈. 12월 중순 증권업협회가 '주가작전' 혐의로 심리를 벌이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가상승세가 잠깐 주춤했지만, 지금은 다시 상한가
행진을 벌이고 있다.
현재 코스닥시장의 '황제주' 자리는 다음커뮤니케이션스가 꿰차고 있다.
다음은 95년 설립된 인터넷 컨텐츠 업체로, 무료 이메일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국내 최대의 회원을 확보하여, 인터넷 포털 서비스업계의 선두주자로 자리를
잡았다. 코스닥 등록일인 11월11일 1만1200원에서 폐장일인 12월 28일 38만
6500원(액면가 500원)으로 주가가 무려 3350%나 폭등했다. 액면가 5000원으로
계산하면 주가가 400만원선에 바짝 다가선 것. 아직도 상한가 행진을 멈추지
않고 있다. 증권거래소 시장의 '황제주'인 SK텔레콤도 명성에 걸맞게 올 12월
들어 주가가 400만원대를 돌파, 투자자들을 흡족하게 해주었다. 연초 50만원대에
머물렀던 SK텔레콤 주가는 무선인터넷 바람을 타고 11월 150만원 고지를
넘어서더니, 신세기 통신 매수계획이 발표되면서 주가가 400만원대까지
훌쩍 넘어섰다.
신세기통신 인수가 완료되면 SK텔레콤은 국내 이동전화시장의 57%를
점유하게 되며, 내년말 차세대 이동통신서비스인 IMT-2000사업자로 선정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또 올해 증권거래소 주가상승률 1위 종목인
한솔CSN도 많은 화제를 뿌렸다. 주가가 개장일인 1월4일 740원에서 폐장일인
12월28일 1만4050원(액면가 500원)으로 폭등, 주가상승률이 무려 2000%에
달했다. 물류사업과 통신판매를 전문으로 하는 한솔그룹 계열사로, 국내
인터넷 쇼핑몰중 최고의 인지도를 갖고 있는 CS클럽의 성장성이 부각되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한화증권 박시진 투자전략팀장은 "올해 주식시장을 주도했던
정보통신-인터넷주 열풍은 증권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으며, 내년에도
계속 장세를 이끌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주가지수 1000선 시대가 다시 열리고,
정보통신-인터넷주들이 각광을 받은 한해였지만, 그 뒤안길에는 '소외주'들의
어두운 그림자도 짙게 드리워졌다. 가장 눈에 띠는 것은 한국경제의 고도성장을
이끌었던 '중후장대 산업'의 침몰이다. 인터넷-정보통신주 열풍이 몰아치면서
기존 '굴뚝 산업' 기업들의 주가는 맥을 못추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현대그룹주. 현대건설-현대상선-현대엘리베이터-기아자동차-현대미포조선-
고려산업개발-현대중공업 등 국내 재벌랭킹 1위 그룹인 현대의 주가는 연초에
비해 30∼70%까지 폭락했다.
이와관련, 한화증권 조덕현 애널리스트는 "국내산업을 대표하는 현대그룹
기업들이 투자자들로부터 이처럼 버림받은 이유를 찾기가 무척 곤혹스럽다"는
소회를 피력했다. 지난 7월 하순 대우그룹 사태가 터지면서 대출금을 떼이게
된 은행주, 부실채권을 떠안게 된 증권사 주식도 큰 충격을 받았다. 올 한해가
저무는 12월 마지막까지 대우그룹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아 약세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증권주의 블루칩인 삼성증권의 주가
폭락은 대우사태의 충격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삼성증권은 증시활황을
타고 지난 7월 8만2000원대까지 상승했었지만, 대우그룹 문제의 심각성이
드러나면서 주가가 게속 하락, 지금은 3만4400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대유리젠트증권 김경신 이사는 "올해는 정보통신-인터넷주와 핵심 블루칩이
강세를 보이면서 종합지수를 두배 끌어올렸다"며 "하지만 주가 양극화가
극심해지면서 굴뚝산업이나 대중주라는 '침몰선'에 타고 있던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본 한해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