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확천금 투자가 유혹...서너개 세력 돌아가며 사고팔아

「자본금 100억∼200억원대 중소형주는 대개 주인(주가작전 세력)이
따로 있다고 봐야 합니다.」

우리 증시의 개방과 함께 출현한 본격적인 「주가 작전」 1세대에
속하는 김모(42)씨는「주포」 출신이다. 「주포」란 작전 세력을 규합해
주가작전을 총 지휘하는 사람을 일컫는 은어.

금융감독원이 상장기업인 「미래와 사람」 대주주 권성문 KTB사장을
주가조작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는 기사와 관련, 김씨는 『주식시장을
아는 사람이 주가 작전 유혹을 받지 않기란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30대에 증권사 지점장을 맡아 한때 투자자들의 신뢰를 한 몸에 받던
스타 증권맨이던 김씨는 『주식시장은 총성 없는 전쟁터』라며 『똑똑한
젊은이들이 찾아와 죽고 다쳐서 실려나가지만, 끊임없이 새로운 돈과
사람들이 몰려 또다시 피를 흘리는 곳』이라고 말했다.

김씨가 회고하는 3∼4년전 「작전」메커니즘은 이렇다. 우선 주포가
나서 4∼5명의 작전 세력을 규합하고, 주식 수급계획 등 작전을 짠다.
주포가 신뢰할 수 있는 사람 중에 펀드매니저나 기관 투자가를 동원할
수 있는 사람들이 1차 규합대상. 대개 30대 중반, 증권사 경력 5년 내외인
증권, 투신사의 과장, 차장이 대상이다.

이들이 5000만원 정도씩 「모찌」(지분의 속어)를 모으고 여기에 종목
추천으로 분위기를 띄울 수 있는 애널리스트, 증권 담당 기자까지 끼면
더할 나위 없는 완벽한 팀이 이뤄진다.

주포는 자본금 100억∼200억원대의 종목 가운데 신사업 진출, 신약
개발, 대규모 수주 등 주가가 오를 만한 재료나 잠재력을 갖춘 종목을
선택해 대주주 지분 관계 등을 면밀히 분석한다.

투신사와 같은 펀드자금을 끌어들이고 계획대로 주가를 가져가기
위해서는 자본금이 너무 적거나 많은 기업은 안된다는 것이 기본 원칙.
장세를 이끄는 테마주나 유행을 타는 인기주, 유통물량이 적은 코스닥
종목 중에서 대상 종목을 고르는 것도 상식이다.

김씨는 『자본금 200억원 짜리 종목의 대주주 지분이 30%일 경우, 시장에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있는 물량을 대략 250억원 정도로 보고 주식을 사줄
사람들과 금액을 배분해 수급계획을 짠다』고 말했다. 시장에 나올 금액을
부풀려 계산하는 이유는 작전 도중 약속을 어기고 중간에 팔아 버리는
「배반자」가 나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

수급계획이 서면 예정 주가 상승 그래프를 그럴 듯 하게 그린 뒤, 주가를
끌어올릴 목표 가격대와 작전 기간을 정해 행동에 옮긴다. 증권사 한 두
군데에서 작전주를 추천종목에 올리고, 신문 증권면에 이름이 나기 시작하면
주가는 본격 상승을 시작한다.

김씨는 『서너 개 세력이 돌아가며 1만원 짜리 주식을 8만원 정도로 끌어
올릴 경우, 1∼2만원대에 산 세력은 6∼7만원대에 또 다시 사고, 3∼4만원대에
산 세력은 5∼6만원대에 다시 사도록 해서 작전 세력간 수익률을 비슷하게
가져간다』고 말했다.

이때 작전세력 최대의 적은 대규모 물량을 가진 대주주. 김씨는 『기업
내용과 적정 주가 수준을 가장 잘 아는 것은 대주주』라며 『작전의 성공에는
대주주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물론 대주주까지 작전에 가담하면
작전은 「땅 짚고 헤엄치기」가 된다.

이윽고 증시 주변에서 작전주에 관심이 몰리며 주가가 오르고 순진한 일반
투자자까지 따라오기 시작하면 「설거지」(주식을 팔고 빠지는 것)가
시작된다. 설거지는 일반 투자자에게 주식을 떠넘기는 방식으로도 이뤄지지만,
대규모 물량은 기관의 펀드매니저를 매수, 「펀드가 1000주 사주면, 100만원
준다」는 식으로 소화한다.

김씨는 『내 때만 해도 작전 세력들이 2만원짜리를 주식을 8만원까지
띄워놓은 뒤, 뺄 때도 6만원은 유지시켜 피해자를 만들지 않았다』며 『요샌
2만원까지 다시 「패대기」를 쳐, 피해자를 양산시키는 범죄행위가 판을 치고
있다』며 통탄했다.

서너 차례 작전 성공으로 한때 20억원 정도를 벌기도 했던 김씨는, 몇번의
작전 실패와 97년말 외환위기로 증권계를 빠져나왔다.

『몇 천만원으로 시작한 한두 번 작전은 성공하지만, 작전에 투자한 자금이
커지는 3번째 이상은 성공하기 불가능하다』고 말한 김씨는 『당시 돈 번
사람들 대부분이 주식으로 돈을 날리고 고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가 생활을 청산하고 최근 중소기업 사장으로 변신한 김씨는 『지금
활황을 타고 있는 코스닥 시장은 주가 작전 세력이 좋아할 조건을 모두
갖춘 곳』이라며 『일확천금의 헛된 꿈을 버리고 기업 내용이 건실한 주식에
정석투자를 하는 것 만이 작전 세력의 피해를 입지 않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