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닛 열면 모두 외제...현대-대우-기아 결함건수 "최상위권"

삼성 이건희 회장은 과거 독일 아우토반에서 벤츠, BMW, 포르쉐를 몰면서
가속력을 시험하곤 했다. 이 회장은 가속 페달을 밟은 지 불과 20초 만에
시속 200㎞에 도달하는 독일차에 감탄했다. 현대 쏘나타나 기아 스포티지는
물론 일본 렉서스조차 가속력에서 독일차의 경쟁상대가 아니다.

독일차는 설계철학부터 다르다는 데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BMW
코리아 엥엘 사장은 『우리는 시속 300㎞로 24시간 이상 주행해도 끄덕없는
차를 만든다』고 말한다. 여기에 「20년을 견디는 차」라는 목표가 다시
붙는다.

슈프너 주한 독일 상공회의소장은 『독일에서는 보통 20만㎞를 주행해야
중고차라고 부른다』고 말한다. 독일 자동차 공업협회가 집계한 자동차 운행
기간은 평균 10.1년. 일본은 8년이다. 한국에선 주행거리 10만㎞(5년)를
넘으면 벌써 「폐차하라」는 소리가 나온다.

한국차는 기본 소재부터 밀린다. 최고급 도료는 프랑스 기술이 필요하고,
특수재질-특수규격 철강은 일본에서 수입해야 한다. 삼성자동차는 SM-5의
엔진룸에 들어가는 볼트와 너트까지 일본에서 수입했다. 삼성차 출신인
이재완 삼성벤처캐피탈 사장은 『강한 열을 받아도 균열이 나지 않는
볼트-너트를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현대차 남양연구소는 『국산 충격흡수기(압소바)가 왜 5년을 넘기
힘든지』를 조사했다. 그 결과 소재인 탄소강에 포함된 기포의 숫자가 일본
소재보다 10% 정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가공과정에서 약간 흠이
났고, 이 흠이 수명을 단축시켰다. 세밀한 기술 차이가 현격한 품질 차이를
낳은 것이다.

현대자동차가 권하는 EF쏘나타 점화플러그 교환 주기는 4만㎞. 일본
도요타 캠리는 교환주기가 따로 없고, 10만㎞ 주행이 기본이다. 기아자동차가
제시하는 적정 타이밍 벨트 교환주기는 5만㎞. 닛산 맥시마(삼성차 SM-5)는
타이밍 벨트를 교환할 필요가 없다.

연세대 김천욱 교수는 『일본업체들은 니혼덴소나 아이신 같은 전문
부품업체를 적극 육성했지만, 한국업체들은 오히려 부품업체가 커지는 것을
막아왔다』고 지적한다. 과거 만도기계, 성우 같은 대형 부품업체는 모두
친족기업이었다. 경쟁에 따른 발전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

부품 나눠먹기는 기술의 정체로 이어진다. 자동차 핵심기술인 엔진과
트랜스미션을 보자. 대우차는 레간자 엔진(1800㏄, 2000㏄)을 아예 호주
홀덴사에서 가져온다. 쌍용자동차의 체어맨과 이스타나에 장착한
엔진-트랜스미션은 독일 벤츠 제품.

대우 아카디아 생산 초기에는 핸들에까지 「아큐라」 심벌이 버젓이 찍혀
있었다. 기아 엔터프라이즈(3.6) 보닛을 한번 열어보자. 엔진은 마쓰다,
트랜스미션은 일본 아이신 제품. 스태빌라이저, 애큐레이터 같은 엔진
핵심부품도 모두 마쓰다에서 왔다. 엔터프라이즈 부품중 수입품 비율(금액
기준)은 25%. 하지만 엔진-트랜스미션은 부품을 들여와 단순 조립하는
수준이어서 사실상 수입 비중이 절반을 넘는다. 한국 고급차는 껍데기만
한국산이고 알맹이는 모두 일제다.

기아 포텐샤(2200㏄급)는 시판 초기, 고장이 잦았지만 원인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기아는 일본 부품제조회사인 아이신에 구조 신호를 보내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현대차도 고속주행시 쏘나타 백미러에 스치는
바람소리(풍절음)를 잡을 수 없어 일본 미쓰비시에 부탁했다. 청진기를
들고 주행시험장에 나타난 일본 기술자가 쏘나타의 병을 고쳤다.

과거 한창 노사분규가 벌어졌을 때 기아자동차 공장의 직진율은 15%.
공장에서 갓 빠져나온 100대의 자동차 중 15대만 최종 품질 검사에
합격했다는 뜻이다. 나머지 85대는 합격할 때까지 다시 만들어야 한다.
일본 도요타 공장의 평균 직진율은 90%.

당연히 완성차의 품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올해 초에 나온 JD파워
보고서는 차량 100대당 결함 건수 조사에서 현대차를 꼴찌에 가까운 28위로
평가했다. 100대당 결함 건수만 194건. 대우 (32위)와 기아 (37위)는
현대보다 더 못하다.

서울대 주우진 교수는 『연간 수출 150만대, 내수 130만대의 한국
자동차 산업의 초상을 보면 답답하다』고 말한다. 현대-기아는 앞으로
수조원의 개발비가 들어 갈 전기자동차 등의 개발을 같이 할 파트너를
아직 구하지 못하고 있다. 현대가 파트너 없이 도요타나 포드, GM과 겨뤄
살아남을 것으로 보는 자동차 전문가는 거의 없다. 한국자동차산업의
미래는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