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기업-수출입 등 국책 은행들은 연초 자체 구조조정을 통해
전체 인원의 14∼17%를 감축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총액기준 평균 10%, 기업은행은 평균 20%의 임금을 삭감했고,
무분별하게 벌여 놓았던 자회사와 해외점포도 정리했다.

하지만 다른 조건부 승인 은행들이 작년말 기준 32%의 인력을
축소하고, 평균 20∼30% 임금을 삭감한 것에 비하면 국책은행의
자구노력은 조족지혈(조족지혈)에 불과한 수준.

◆ 산업은행 = 산업은행의 비효율성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곳곳에
배어 있다. 산업은행 총재 자리는 전통적으로 재정경제부 고위
관료들의 인사 숨통을 터주는 코스로 활용돼 왔다. 심지어 금융에
문외한인 산업자원부 출신 관료까지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는
경우도 있었다.

산업은행의 부실여신은 계속 증가추세다. 지난해부터
재벌그룹들이 줄줄이 쓰러지면서 부실 채권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산업은행의 부실규모는 철저한 보안 속에 가려져
있지만 요주의이하 문제여신(8월말현재 7조1백43억원)이 전체
여신의 10.5%에 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부실에 대해 산업은행은 걱정을 하거나 책임질
일이 없다. 한국산업은행법에 결산 순손실금을 정부가 보상해
준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 오히려 산업은행은 정부의 산업정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부실채권 발생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산업은행의 방만 경영은 자회사 관리 실패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산업증권은 누적된 경영부실로 자기자본(4천억원)을 전액 까먹고
지난 5월 청산절차에 들어갔다. 산업은행은 증권의 경영부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자행 출신 임원들을 사장, 부사장으로
낙하산으로 내려보내는 재미에 빠져 구조조정의 기회를 놓쳤다.
한국기술금융 등 자회사에는 무담보 및 연리 10% 내지 10.75%
우대금리 조건으로 대출을 해주고, 고가로 계약을 체결하는 등
자회사 봐주기식 경영을 하기도 했다.

◆ 기업은행 = 기업은행의 요주의이하 문제여신(6월말 현재)은
6조8천억원에 달한다. 전체 여신대비 무려 28%가 문제 여신이다.
기업은행 자회사인 기은리스도 순자산가치(자산 마이너스
부채)가 마이너스 1천8백80억원에 이른다.

은행권에서는 {기업은행 각 지점마다 부실덩이가 많다}고 입을
모은다. 이같은 부실여신의 누적은 정책금융을 실시하는
국책은행이라는 이유만으로 수익성을 따지지 않고 고지식하게 돈
장사를 한 결과이다. 일례로 시간이 흐르면 자산가치가 제로(0)가
되는 고철덩이 기계 담보를 기업은행은 인정하고 있다.

과거 국보위 시절에 정부에서 지시했기 때문이라는게 은행측
설명이다. 기업은행 부실은 관료주의에서도 출발한다.
은행원들이 공무원 티를 너무 낸다고 기업은행을 방문해본
사람들은 입을 모은다.

상-하위 직급간 인력운용의 불균형도 심각하다. 93년부터 97년
사이 4급 이하 하위직 직원은 1천3백28명이 감소한 반면, 3급 이상
상위직 직원은 오히려 1백96명이나 늘었다.

◆ 수출입은행 = 수출입은행도 6월말현재 요주의이하 문제여신
비율이 7.5%(러시아차관 4천2백억원 포함 9천억원)에 달하고
있다. 5개 해외 현지법인 중 2개 법인(싱가포르, 홍콩)에서 올해
2백억원의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물론 수출입은행 잘못은 아니지만 러시아에 빌려준 차관
4천억원도 언제 받을 지 몰라 자칫 떼일 위기에 놓여 있다. 그러나
수출입은행에서는 정부 보증을 받았으므로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정부 출범 후 취임한 양만기 행장은 취임 직후
시중은행의 경영 마인드를 직원들에게 심어주기 위해 자체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본점 8개 부서 폐지, 해외사무소 15개 중
10개와 해외 현지법인 5개 중 2개를 폐쇄하는 등 국내외 46개 부서
및 점포를 26개로 44% 줄였다.

또 부장급 46명 가운데 16명을 내보내는 등 모두 89명을
명예퇴직시켜 전체 인원을 5백48명으로 14% 줄였고, 직원들의
임금도 총액기준으로 10% 삭감했다. 그러나 좀더 강도높은
경영혁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 김재호·jaeho@chosun 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