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원픽처스 신경식 사장.파라다임 엄태평 이사 "영화는 시대상을
반영하는 거울입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영화에도 새로운 바람이 필요
합니다." 컴퓨터 애니메이션 전문업체 제로원 픽처스 의 신경식 사
장(33)은 영화의 세대교체를 선언했다. 그가 예견하는 새로운 바람
은 디지털영화를 말한다. 영사기와 필름으로 상징되던 종래의 영화제작
방식을 컴퓨터로 대체하자는 것이다. 디지털 영화는 미국을 비롯한 선
진국에서는 이미 널리 알려진 기술이지만, 국내에서는 개념조차 생소한
편이다. 제로원 픽처스 와 함께 파라다임 같은 전문업체들이 황무
지 한국영화계에 디지털영화의 씨앗을 뿌리는 선구자역할을 자처하고 나섰
다. 제로원 픽처스 는 이현세씨의 장편 만화영화 아마게돈 의 일부를
3차원 컴퓨터 그래픽영상으로 만드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작년 개봉
돼 화제를 모았던 성인 만화영화 블루시걸 가운데 20분가량을 컴퓨
터 영상으로 제작했던 파라다임 은 현재 디지털 영화 울부짖는 독수
리 를 기획하고 있다. 이제까지의 만화영화는 원화제작-동화제작-색상
작업-필름녹화의 공정을 거쳐야 했지만, 디지털영화는 컴퓨터로 이 모든
과정을 한 번에 처리한다. 디지털영화는 영화에 들어가는 모든 시청
각적 요소를 디지털신호로 바꿔 영화를 제작하는 첨단기법이기 때문에 단
순한 컴퓨터그래픽과는 다르다. 파라다임 의 엄태평 이사(35)는 "
디지털영화는 제작기법 뿐 아니라 배급과 상영방식까지도 컴퓨터와 통신으
로 완전히 바꾸어놓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라다임 과 제로원
픽처스 의 작업실은 요즘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다. 올해를 우리나
라 디지털 영화의 원년으로 삼기 위해 모든 직원이 밤샘작업을 하고 있
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