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AM이나 FM방송에 비해 푸대접을 받아온 단파 라디오방송이
올해부터 대폭 활성화된다. 체신부는 최근 경제행정규제 완화조치의 하
나로 단파라디오 수신기의 국내 시판을 허용함으로써 국내외 단파방송을
청취할 수 있도록 추진키로 한데 이어, 국내에서 송신하는 단파방송의
품질도 대폭 개선해 나가기로 했다. 국내에는 현재 10여개의 가전업
체가 단파라디오를 생산하고 있으나 전량 수출만 하고 있다. 단파라디오
가 그간 국내에서 시판되지 못한 것은 북한의 대남단파방송 청취를 막는
다는 이유로 당국이 법적 근거도 없이 시판을 불허해 왔기 때문이다.
단파라디오 수신기의 국내 시판 허용은 결과적으로는 북한의 단파방송
청취를 허용하는 조치가 되는 셈이긴 하지만, 체신부의 본래 목적은 단
파라디오 생산을 통해 국내 가전업계에 활력을 불어넣자는 데에 있다.
이는 또 수출용 단파라디오의 품질을 높여 국제경쟁력을 회복하는데도 기
여할 것으로 보인다. 체신부는 이와 함께 그동안 거의 형식적으로만
송출해온 국내 단파방송을 대폭 강화할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한
국방송공사(KBS)가 해외용으로 단파라디오를 방송하고 있으나, 송신출
력이 낮고 외국송신소도 부족해 해외에서의 청취가 어려운 형편이다.
미국의 소리(VOA) 나 영국 BBC를 비롯한 대다수 외국 단파방송은
출력이 5백㎾에 이르는데 비해 국내 단파방송은 2백50㎾ 밖에 되지
않는다. 외국에서의 송신시설도 캐나다 한군데밖에 없어 북미 지역을
대상으로 3개파를 방송하고 있을 뿐이다. 게다가 국제주파수등록위원회
(IFRB)가 우리나라에 할당해준 단파방송용 주파수 50파 가운데 2
0파만 쓰고 있을 정도로 방송프로그램 내용도 부실한 편이다. 단파방송
주파수를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해 IFRB에서 활발한 로비 활동을 벌
이고 있는 외국의 경우와 좋은 대조를 이루고 있다. 체신부는 우선 단
파방송 송신출력을 외국 수준으로 높여 아시아 지역에서의 가청취권을 확
대하고, 유럽이나 아프리카 지역에도 송신소를 증설, 우리 단파방송 가
청취권을 전세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또 방송주파수도 현재의
20파에서 40~50파로 늘려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체신부의 이같은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국내 라디오
청취자가 BBC등 외국단파방송을 통해 해외의 생생한 정보를 얻을 기회
도 많아질 전망이다. 또 국내에서 송출하는 단파방송의 품질이 향상될
경우 해외주재 상사원이나 교포들에게 국내 소식을 신속하게 전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홍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