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물리학자인 빌헬름 콘라트 뢴트겐은 1895년 11월 8일, 진공관 실험을 하던 중 눈에 보이지 않는 미지의 광선이 물체를 투과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바로 X선이다. 그해 12월 22일, 뢴트겐은 X선으로 아내의 손을 촬영했다. 넷째 손가락에 결혼반지를 낀 뼈의 윤곽이 선명하게 드러난 이 사진은 X선 진단 시대의 출발을 알렸다.
뢴트겐은 1895년 X선을 처음 발견한 공로로 1901년 첫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X선이 발견된 지 130년이 지나 우주까지 진출했다. 미국 메이요 클리닉의 항공우주 의학 연구 책임자인 셰이나 기포드(Sheyna Gifford) 교수는 "지난해 상업용 우주선에 탑승한 승무원들이 최초로 우주에서 의료 진단이 가능한 수준으로 X선 촬영을 하는 데 성공했다"고 14일(현지 시각) 북미방사선학회(RSNA)의 국제 학술지인 '영상의학'에 발표했다.
◇민간 우주인들이 극궤도 비행 중 촬영
미국의 우주 기업 스페이스X는 2025년 3월 31일 유인 우주선인 크루 드래건 캡슐에 민간인 4명을 태우고 프램2(Fram2) 우주 비행 임무를 시작했다. 비트코인 채굴 업체 창업자인 춘 왕이 지휘한 이 우주선은 이날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팰컨9 로켓에 실려 발사됐다.
3일 반 동안 진행된 프램2 임무는 인류 최초로 지구의 북극과 남극을 종단하는 기록을 세웠을 뿐만 아니라, 항공우주 의학 분야의 중대한 성과도 거뒀다. 프램-2 우주비행사들은 지구 상공 425~450㎞의 극궤도에서 휴대용 X선 기기를 사용해 손과 팔뚝, 복부, 골반, 흉부 등 몸 곳곳을 촬영했다.
영상의학 전문의 3명은 발사 전과 우주, 발사 후 촬영된 X선 영상의 이미지 품질과 공간 해상도, 명암 해상도, 위치 정확도를 평가했다. 기포드 교수 연구진은 이번 논문에서 "위치 측정에는 다소 차이가 있었으나 그 외 모든 지표에서 이미지는 동일했으며, 비행 중 촬영된 영상은 진단 수준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프램2 임무는 우주비행사들이 미국 민엑스레이(MinXray)사의 상용 휴대용 X선 장비를 사용할 수 있는지 조사했다. 우주비행사 3명은 발사 전 지상에서 4시간 동안 조작 교육을 받고 X선 촬영을 했다. 우주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촬영했다. 지구로 귀환한 뒤에는 다른 사람들이 같은 X선 장비로 우주비행사들을 촬영했다.
◇초음파 한계 극복, 장비 고장도 알아내
인류가 우주로 나간 이래 우주비행사들은 초음파 진단에만 의존했다. 하지만 초음파 진단을 하려면 상당한 훈련이 필요하다. 초음파 진단 기기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확인하려는 부상이나 질병이 음파에 반응하는 매질에 있어야 한다는 한계도 있다.
근육이나 장기, 동맥은 수분 함량이 많아 음파를 잘 전달하지만, 뼈는 그렇지 않아 해상도가 떨어진다. 숙련된 의료진은 뼈에 소량의 음파가 침투할 수 있는 최적의 촬영 각도를 알지만, 돌발 상황이 벌어지기 일쑤인 우주에서 초음파에만 의존하는 것은 우주 의료의 한계로 지적됐다.
기포드 교수는 "우주에서 질병과 부상을 진단하기 위해 두 가지 이상의 영상 기법을 확보하는 것은 항공우주 의학계의 오랜 꿈이었다"며 "X선은 빠르고 정확하며, 음파 전달 매체 없이도 누구나 조작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현대 의학에서 가장 강력한 진단 도구 중 하나"라고 말했다.
기포드 교수는 2022년 항공기의 포물선 비행에서 휴대용 X선 기기를 시험했다. 항공기가 고고도에서 자유 낙하하면 우주처럼 무중력 상태를 구현할 수 있다. 기포드 교수는 항공기 승무원들이 우주와 비슷한 미세 중력 환경에서 X선 촬영을 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이번에 실제 우주에서도 같은 결과를 얻었다.
X선은 우주 장비의 문제도 진단할 수 있다. 기포드 교수는 "우주복 장갑에 구멍이 났는지, 암석 채취용 드릴 내부에 균열이 생겨 부러질 위기에 처해 있는지, 달 표면을 걷다가 주운 암석에 필요한 광물이 포함되어 있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우주비행사들은 휴대용 X선 장비로 신체 부위는 물론 스마트워치까지 스캔해, 부상뿐만 아니라 전자기기나 장비의 문제도 진단할 수 있는 능력을 시험했다. 스마트워치의 X선 스캔 해상도는 마이크로미터(㎛·1㎛=100만분의 1미터) 수준이었다.
참고 자료
Radiology(2026), DOI: https://doi.org/10.1148/radiol.260258
Radiology(2026), DOI: https://doi.org/10.1148/radiol.2619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