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뿔도마뱀은 비늘 사이의 미세 통로를 이용해 모세관 현상 원리로 수분을 흡수한다./미 네바다주 야생동물국

사막에 사는 도마뱀은 물을 찾아 돌아다니지 않는다. 가만히 있어도 발 밑 흙의 물이 입까지 간다. 국내 연구진이 도마뱀이 입가에 모은 물을 삼키는 과정을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생물학 난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오염된 흙에서 깨끗한 식수를 얻는 장치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대 공대는 "기계공학부 김호영 교수와 전기정보공학부 김성재 교수 연구진이 사막뿔도마뱀이 물을 마시는 물리적 원리를 세계 최초로 규명하고, 이를 모사해 오염된 흙에서 깨끗한 식수를 수집할 수 있는 수분 수집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6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달 22일 국제 학술지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렸다.

◇비늘 사이 미세 통로가 물 빨아들여

사막뿔도마뱀은 비가 오거나 흙이 젖었을 때, 피부 표면의 미세 통로를 통해 수분을 머리 끝까지 빨아들인다. 식물의 뿌리가 흡수한 물이 잎까지 가는 것과 같은 모세관 현상이다. 폭 100㎛(마이크로미터, 100만분의 1m)인 미세 통로는 비늘 사이의 겹친 구조 아래에 있다. 하지만 도마뱀이 이렇게 입가에 모은 물을 어떻게 입안으로 삼키는지는 수십 년간 미스터리로 남아 있었다.

연구진은 초고속 카메라로 도마뱀이 입가에 모은 물을 삼키는 모습을 촬영했다. 도마뱀은 턱을 천천히 벌려 물이 턱 표면에 남지 않고 입꼬리로 모이게 했다. 연구진은 "유체역학 원리로 분석한 결과, 입을 천천히 벌릴수록 턱 주변에 있는 수분의 손실이 최소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마치 물 묻은 비닐 두 장을 천천히 벌리면 물이 한쪽으로 잘 모이지만, 확 벌리면 물이 여기저기 얇게 묻어 남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사막뿔도마뱀이 물을 얻는 원리를 규명하고 이를 모방한 식수 채집 장치를 개발한 연구진.  왼쪽부터 이승주 서울대 박사과정 연구원, 정소현 DGIST 교수, 김원정 연세대 교수, 김성재 서울대 교수, 김호영 서울대 교수./서울대 공대

턱을 천천히 열었다가 재빨리 닫는 운동은 젖은 흙에서 끌어올린 물을 효율적으로 삼키게 하는 생체 펌프 역할을 한다. 입꼬리 주변 피부가 안쪽으로 접히면서, 그곳에 모인 물을 짜듯이 입안으로 보낸다.

연구진은 도마뱀의 수분 채집 동작을 모방한 장치를 개발했다. 미세 구멍이 무수히 나 있는 스펀지로 흙 속의 수분을 흡수하고, 모터로 인공 턱을 도마뱀처럼 비대칭적으로 여닫아 물을 수집하도록 했다. 도마뱀 턱관절을 모방한 수분 수집 방식은 스펀지를 단순히 압축해 물을 짜내는 기존 방식보다 에너지 효율성이 우수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정수 장치도 결합, 오염 토양에도 적용 가능

연구진은 스펀지 내부를 이온 교환 물질로 덮어 수분 수집과 동시에, 유해 중금속을 95% 이상 정화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오염된 땅이라도 젖어 있으면 깨끗한 식수를 얻을 수 있다는 의미다.

김호영 교수는 "오랫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사막 도마뱀의 경이로운 생존 전략을 유체역학적으로 규명하고 이를 이용한 기계장치를 개발했다"며 "극한의 건조한 환경이나 심각하게 오염된 토양에서도 에너지를 적게 쓰며 안전한 식수를 확보할 수 있는 차세대 수자원 확보 기술의 중요한 원천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아프리카 사막에 사는 스테노카라 딱정벌레. 등껍질의 돌기 덕분에 안개에서 물을 뽑아낼 수 있다./영 옥스퍼드대

과학자들은 예전부터 사막에 사는 동물에서 물을 얻는 방법을 찾았다. 대표적인 예가 남아프리카 나미브 사막에 사는 딱정벌레이다. 사막이라고 하지만 가끔 바다에서 수증기를 한껏 머금은 바람이 불어와 안개가 많이 낀다. 딱정벌레는 안개가 낀 아침이면 물구나무를 선다. 그러면 등에 나있는 돌기에 물방울이 맺혔다가 입으로 굴러 떨어진다.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 연구진은 사막에 사는 딱정벌레의 등 구조를 모방해 안개에서 물을 만드는 필름을 만들었다. 고분자 물질로 딱정벌레 등처럼 미세한 돌기가 나 있는 필름을 만들었다. 같은 방법으로 세균이 달라붙지 못하게 하는 코팅제도 개발했다. 돌기에 맺힌 물방울이 굴러 떨어지면 오물이나 세균들도 함께 쓸려 가는 원리이다.

사막뿔도마뱀은 딱정벌레처럼 수증기를 모아 물을 만드는 게 아니라, 빗물이나 젖은 흙의 물을 피부 미세 통로로 빨아 올린다는 점에서 원리가 다르다. 안개가 끼면 딱정벌레 방식으로 물을 모으고, 비가 오면 도마뱀을 따라 하는 장치를 개발한다면 사막에서 물을 얻는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공동 교신 저자인 김성재 교수는 "가까운 거리는 택시로 이동하고 먼 곳은 비행기로 이동하는 것처럼, 식수도 그 양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정수할 수 있다"며 "이번 기술은 자원이 부족한 환경에서 최소한의 식수를 확보할 수 있는 소형 정수 장치로 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논문 제1 저자는 서울대 기계공학부 박사과정의 김성주 연구원이다. 정소현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로봇및기계전자공학과 교수와 김원정 연세대 기계공학부 교수도 공동 교신 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참고 자료

PNAS(2026), DOI: https://doi.org/10.1073/pnas.2609344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