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타대의 마샬 트라우트 박사(오른쪽) 연구진은 손이 잘린 환자 4명과 함께 사용자와 AI가 함께 로봇 의수를 제어하는 방법을 개발했다./미 유타대

사고로 손을 잃은 환자는 로봇 손을 쓰지만 자연스러운 동작을 하기 힘들다. 로봇 손은 미리 입력된 동작만 하지 예상치 못한 상황은 대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달걀이나 종이컵처럼 약한 물체는 적당한 힘으로 잡기가 어렵다.

과학자들이 이 문제를 인간과 인공지능(AI)이 정보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해결했다. 인간과 AI가 각각 로봇 손을 제어하다가 어느 쪽이 더 나으면 빠지거나 보조 역할을 맡는 방식이다. AI가 도운 덕분에 사용자는 사전 훈련 없이도 로봇 손으로 달걀을 안전하게 집었고, 물이 든 종이컵도 부드럽게 쥘 수 있었다.

◇근전도 제어와 AI 시뮬레이션 결합

미국 유타대 전기컴퓨터공학과의 제이콥 조지(Jacob George) 교수와 마샬 트라우트(Marshall Trout) 박사 연구진은 "시판 중인 의수(義手)의 손가락 끝에 거리와 압력 센서를 장착하고 AI의 제어 능력을 결합해 로봇 손으로 자연스러운 동작을 구현했다"고 10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사고로 손을 잃은 환자 4명과 새로운 로봇 손 제어 기술을 실험했다. 로봇 의수는 뉴질랜드의 의수 전문 업체인 타스카 프로세틱스(TASKA Prosthetics)의 제품을 사용했다. 타스카의 로봇 의수는 사용자의 남은 팔 근육에서 발생하는 근전도(EMG) 전기 신호를 감지해 작동한다. AI와 협업한 덕분에 사용자들은 사전 훈련을 받지 않고도 다양한 물체를 안전하게 잡았다.

연구진은 손이 잘린 환자 4명과 일상 작업을 수행할 때 인간과 AI 에이전트 간의 제어 공유가 얼마나 효과적인지 확인했다. 환자는 AI의 도움 덕분에 달걀과 종이컵을 문제 없이 쥘 수 있었다./미 유타대

타스카의 로봇 손은 센서로 사용자의 근육이 수축하거나 이완하는 형태를 감지한다. 이 정보로 사용자가 어떤 동작을 원하는지 파악하고 그에 맞춰 미리 입력된 방식으로 의수의 손가락을 움직인다. 사람 생각대로 움직인다고 하지만 로봇 손의 동작이나 힘은 경우의 수가 많지 않다. 이를테면 달걀과 야구공에 맞게 손가락 형태와 힘을 달리 하기 어렵다.

연구진은 이 문제를 AI로 해결했다. 우선 의수 손가락 끝에 거리를 측정하는 적외선 센서와 물체의 단단함을 감지하는 압력 센서를 장착했다. 거리 센서는 물체와의 거리를 0~1.5㎝까지 감지한다. 덕분에 무게가 거의 없는 솜뭉치가 떨어지는 것도 알아챈다. 압력 센서는 3.5㎏ 물체가 누르는 힘인 35뉴턴(N)까지 측정한다.

사전에 AI는 손가락 센서가 보내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양한 물체를 잡는 상황을 시뮬레이션(모의실험)했다. 기계학습을 한 뒤 AI는 물체를 완벽하게 잡는 데 필요한 거리까지 특정 형태로 손가락을 움직일 수 있었다. 공은 손가락 전체로 잡지만 달걀은 손가락 세 개로 잡았다. 종이는 엄지와 검지로 집었다.

◇"촉감 구현하고 생각만으로 제어" 목표

사용자와 AI는 서로 로봇손의 주도권을 주장하지 않는다. 트라우트 박사는 "우리가 원치 않는 것은 사용자와 기계가 로봇손 제어권을 놓고 싸우는 것"이라며 "이번 연구 결과 기계가 사용자의 로봇 손 제어 정밀도를 높이면서 동시에 작업을 더 쉽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사용자와 AI가 협력해 제어한 덕분에 로봇 의수로 일회용 종이컵을 찌그러뜨리지 않고 잡아 물을 마시고(A), 손가락 세 개로 달걀을 집거나(B) 엄지와 검지로 종잇장을 집는 일(C)도 가능했다./Nature Communications

이를테면 AI가 아무런 힘을 주지 않고 물체를 잡는 최적의 손가락 형태를 만들면 사용자가 적당한 힘으로 잡도록 제어하는 식으로 협력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용자가 물건을 떨어뜨리려고 손가락을 펴려고 하는데 AI는 무조건 잡으라고 하는 식으로 충돌할 수 있다.

조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손이 잘린 환자가 삶의 질을 높일 수 있게 하려는 유타대 신경로봇연구실의 더 큰 비전의 일부"라며 "생각만으로 로봇 의수를 제어하는 연구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지가 마비된 환자는 근육 신호보다 뇌 신경 신호를 해독해 의수를 제어하겠다는 뜻이다. 조지 교수는 "촉감을 감지하고 전달하는 이식형 신경 인터페이스도 개발해 지능형 의수가 생각대로 움직이면서 촉각까지 개선하도록 개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참고 자료

Nature Communications(2025),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5-6596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