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아도 물이 흘러 내리지 않고 형태를 유지하는 젤리 얼음./UC Davis

폭염(暴炎)에 배달되는 택배 박스에는 얼음 팩이 필수다. 최근 젤로 만들어 재사용할 수 있는 냉각 팩도 나왔다. 하지만 모두 플라스틱 포장재가 찢어지면 녹아내려 소용이 없다. 과학자들이 녹아도 물이 생기지 않고 형태를 유지하는 냉각재를 개발했다. 얼리면 재사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플라스틱 성분 없이 생분해도 가능해 환경에도 해가 없다.

미국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UC Davis) 생물농업공학과의 선 강(Gang Sun) 석좌교수와 지아한 조(Jiahan Zou) 박사 연구진은 "젤라틴을 이용해 재사용과 생분해가 가능한 젤리 얼음(jelly ice)을 개발했다"고 18일(현지 시각) 위싱턴 DC에서 열린 미국화학회(ACS) 연례학술대회에서 발표했다.

젤라틴은 묵처럼 물속에 입자들이 들어가 고체나 반고체로 굳어진 하이드로겔(hydrogel)이다. 말하자면 입자들이 연결된 그물 사이에 물이 갇혀 있는 셈이다. 고체 성격을 갖는다고 해서 '고체물'로도 불린다.

선 교수는 같은 대학 식품과학과의 럭신 왕(Luxin Wang) 교수의 질문을 듣고 연구를 시작했다. 왕 교수는 슈퍼마켓 수산물 진열대에서 얼음이 녹아 물이 생긴 것을 보고 병원체를 확산시키고 진열대를 오염시킬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선 교수가 개발한 젤리 얼음은 왕 교수의 우려를 해소했다. 얼면 일반 얼음처럼 고체가 되지만, 녹아도 지저분하게 물이 생기지 않는다.

연구진은 젤리 얼음의 아이디어가 두부를 얼리는 과정에서 나왔다고 밝혔다. 선 교수는 "동결된 두부는 내부에 물을 유지하지만, 해동하면 물을 방출한다"며 "우리는 다른 재료인 젤라틴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시도했다"고 말했다.

젤라틴은 힘줄이나 연골에 있는 콜라겐이 분해된 단백질이어서 인체에 해가 없다. 게다가 긴 사슬들이 서로 연결된 고분자 물질이어서 물 분자를 가두는 미세한 구멍을 가진 하이드로겔을 형성한다.

녹아도 물이 흐르지 않는 젤리 얼음./UC Davis

시험 결과 젤리 얼음에서 물은 액체에서 고체인 얼음으로, 다시 얼음에서 액체인 물로 변하는 상변화 과정에서 하이드로겔 구조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고 구멍 안에 머물렀다. 연구진은 2021년 처음 젤리 얼음을 논문으로 미 화학회 학술지에 발표한 뒤 계속 생산 방법을 개선했했다. 연구진은 지금은 물 90%로 구성된 젤리 아이스를 한 단계로 제작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젤리 얼음은 물이나 표백제로 씻을 수 있고, 온도를 바꾸면 자유자재로 얼리고 녹일 수 있다. 젤리 얼음은 실온에서 젤리처럼 흔들리고 눌러지지만, 물은 새지 않는다. 섭씨 0도 이하로 냉각되면 다시 단단한 고체가 된다.

조 박사는 "같은 모양과 크기의 일반 얼음과 비교할 때 젤리 얼음은 상변화 과정에서 흡수할 수 있는 열량인 냉각 효율이 최대 80%에 달한다"며 "반면 재사용할 수 있고 여러 번 동결과 해동을 거쳐도 열 흡수 능력을 유지할 수 있어 일반 얼음보다 뛰어나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0.45㎏(1파운드) 무게의 판형으로 젤리 얼음을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시중에 판매되는 대형 냉각 팩과 비슷하다. 하지만 외부 포장재 없이 어떤 모양으로도 맞춤 제작할 수 있고, 생분해가 가능한 장점이 있다. 플라스틱 성분이 전혀 없는 천연 성분이라 화분에 넣었더니 분해되고 나서 토마토 성장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연구진은 덧붙였다.

선 교수는 젤리 얼음이 처음에 식품 보존 용도로 개발됐지만, 앞으로 의약품이나 혈액, 생체 시료 운송과 생명공학 연구에도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물이 부족해 얼음을 만들 수 없는 지역에서도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상용화 전에 대규모 생산 시험이 필요하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참고 자료

ACS Fall 2025, https://acs.digitellinc.com/live/35/session/560625

ACS Sustainable Chemistry & Engineering(2021), DOI: https://doi.org/10.1021/acssuschemeng.1c06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