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어엑스 발사를 위해 기립한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스페이스X

한국이 개발에 참여한 차세대 우주망원경 스피어엑스(SPHEREx)가 7전 8기 끝에 우주로 향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12일 오후 11시 10분(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밴덴버그 우주기지에서 스피어엑스를 실은 스페이스X의 팰컨9이 성공적으로 발사됐다고 밝혔다. 한국 시간으로는 13일 오전 12시 10분이다.

스피어엑스는 발사 42분 만에 팰컨9 발사체에서 분리돼 고도 약 650㎞의 태양동기궤도에 도달했다. 이후 38분이 지나서 NASA의 근우주 네트워크인 노르웨이 스발바르 제도 지상국 센터와 교신에 성공했다.

우주청 관계자는 "스피어엑스는 약 37일간 초기 운영 단계에 돌입해 망원경에 대한 시험 가동을 할 예정"이라며 "초기 운영 단계를 마친 뒤에는 약 25개월간 관측 임무를 수행한다"고 밝혔다.

스피어엑스는 캘리포니아 공과대학(Caltech)이 주관하고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와 한국천문연구원을 포함한 12개 기관이 참여하는 국제 프로젝트다. 전체 하늘을 102가지의 적외선 파장으로 촬영해 약 10억개의 천체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우주 공간에는 바다나 호수가 없지만, 작은 먼지 알갱이에 결합된 얼음이 존재한다. 과학자들은 우주에 존재하는 물의 대부분이 이런 형태로 저장돼 있다고 보고 스피어엑스를 통해 은하 전역에 존재하는 얼음 알갱이를 찾을 계획이다. 기존 우주망원경이 천체의 2차원 이미지를 촬영했다면, 스피어엑스는 3차원 정보를 수집해 분자 구름 안에 어느 정도의 얼음이 있는지, 그리고 구름 내부의 여러 환경에서 얼음 조성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파악할 계획이다.

스피어엑스는 98분 주기로 하루에 지구를 14.5바퀴 공전하며 우주를 600회 이상 촬영한다. 한국 측 연구책임자인 천문연의 정웅섭 책임연구원은 "스피어엑스가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하면, 적외선 3차원 우주 지도와 전천 분광 목록을 통해 우주의 생성과 진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고,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 천문학자들이 이를 활용해 다양한 천체들에 대한 연구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국천문연구원과 나사(NASA) 등이 공동 개발한 우주망원경 스피어엑스./NASA

스피어엑스는 지난 2월 28일 발사 예정이었지만 여러 문제로 지연됐다.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의 핵심 부품에서 이상이 발견됐고, 로켓 상단 덮개인 페어링 공압 장치에서도 누수가 확인됐다. 지난 8일 발사를 앞두고는 현지 기상이 악화돼 다시 발사가 미뤄졌다.

7전 8기 끝에 우주로 향한 스피어엑스는 발사 41분 후에 로켓 2단부에서 떨어져 나와 목표 고도인 650㎞에 배치될 예정이다. 앞으로 2년여에 걸쳐 우주 전체의 3차원 지도를 만들게 된다.

팰컨9에는 스피어엑스 외에도 NASA의 소형 탐사 임무인 태양풍 관측 위성 '펀치'도 함께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