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전기차의 가장 큰 단점인 무게 문제를 해결할 배터리 기술을 개발했다. 배터리가 차체의 무게를 직접 견디는 골격의 역할을 할 수 있게 하는 '구조배터리'의 성능을 확연히 개선했다. 차세대 배터리 기술로 주목받는 구조배터리의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김성수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계공학과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화재 위험이 없고 높은 무게를 지탱할 수 있는 구조배터리를 개발했다고 19일 밝혔다.
구조배터리는 친환경차, 항공기처럼 대형 장비에서 하중을 지지하는 골격의 역할을 하는 차세대 배터리 기술이다. 기존 배터리는 전기차의 무게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하중을 견디는 역할은 전혀 하지 않는다. 반면 구조배터리는 무거운 차체의 하중을 버티는 역할을 함께 수행해 공간 활용과 무게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
기존 배터리 소재는 무거운 하중을 견디지 못해 구조배터리에 사용할 수 없다. 구조배터리를 개발하려면 새로운 소재의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다. 초기 형태의 구조배터리도 기존 리튬이온배터리를 쌓아서 구현해 구조적인 면에서도 안정성을 높이기 어렵다.
KAIST 연구진은 '고밀도 다기능 탄소섬유 복합재료'를 이용해 구조배터리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기계적인 강도가 높은 에폭시 수지와 이온성액체·탄산염전해질을 사용한 고체 고분자를 사용한 신소재를 개발해 구조배터리용 소재로 사용했다. 에너지 저장 능력과 함께 무거운 차체의 하중을 버틸 수 있는 강도까지 구현했다.
연구진이 개발한 소재를 사용한 구조배터리는 섬유 부피 분율(FVF)을 기존 배터리 대비 1.6배 이상 향상시켰다. 섬유 부피 분율은 탄소섬유와 전해질의 비율을 말한다. 탄소섬유는 기계적 강도를 높이는 동시에 배터리의 전극 역할을 한다. 탄소섬유의 비율을 높일 수록 기계적 강도가 높아지지만, 그만큼 같은 부피에 사용할 수 있는 전해질의 양은 줄어들게 된다. 전해질의 양이 줄면 배터리의 주요 성능 지표인 에너지 밀도가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김성수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기술로 섬유 부피 분율을 높여 기계적 강도와 배터리 성능을 모두 잡았다"며 "기존에는 불가능했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격"이라고 말했다.
또 "고체 고분자 전해질을 구조배터리의 핵심 소재로 사용하는 개념을 제시한 연구"라며 "자동차, 드론, 항공기, 로봇 같은 장비에 사용할 수 있는 차세대 배터리 기술의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ACS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앤드 인터페이시스'에 지난 9월 10일 소개됐다.
참고 자료
ACS Applied Materials & Interfaces(2024), DOI: https://doi.org/10.1021/acsami.4c086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