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인이 병원에서 수어(手語)로 건강검진 문진표에 답할 수 있는 통역 키오스크가 개발됐다. 앞으로 창각장애인과 의료진이 각자 수어와 한국어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통역기로 확장할 계획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충남대학교병원, 한국농아인협회, 이큐포올과 공동으로 청각장애인을 위한 양방향 의료 수어 서비스 키오스크를 개발했다고 14일 밝혔다.
수어는 청각장애인이 손의 움직임으로 의미를 전달하는 언어이다. 청각장애인을 위해 음성을 문자로 변환해 주는 서비스는 보편화 됐으나 청각장애인들의 제1 언어인 한국어 수어로 바꿔주는 서비스는 부족한 실정이다.
의료 수어 서비스 키오스크는 청각장애인이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할 때 작성해야 하는 문진표를 수어로 작성할 수 있도록 돕는다. 키오스크에 나오는 의료진의 아바타(분신)가 청각장애인과 수어로 대화하면서 문진표를 설명하고 답을 작성하는 방식이다.
의료 분야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 통역 서비스가 다른 곳보다 더 필요한 영역이다. 하지만 의료기관마다 수어 통역사를 배치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퍼진 이후 의료진이 마스크를 착용하면서 청각장애인이 입 모양과 표정을 볼 수 없어 소통이 더욱 어려워졌다.
연구진이 개발한 키오스크는 청각장애인이 건강검진 사전문진표를 작성할 때 먼저 한국어로 제공된 정보를 아바타를 통해 수어로 전달한다. 키오스크는 청각장애인의 수어를 인식해 한국어로 변환하는 기능도 있다. 청각장애인이 수어로 답변하면, 이를 자동으로 한국어로 변환해 문진표에 기재한다.
연구진은 이 기술을 계속 발전시켜서 청각장애인과 의료진 간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한 양방향 수어-한국어 대화형 통역기를 개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태진 ETRI 미디어연구본부 본부장은 “인공지능 시대에 의료, 생활, 안전 등 필수적인 사회 정보는 누구나 평등하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며 “취약계층을 위한 따뜻한 ICT(정보통신기술) 개발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