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반도체 산업 육성이 본격화하면서 엔지니어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마이크론 팹 내부./마이크론 제공

미국에서 엔지니어의 기본 연봉이 오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022~2023년 엔지니어들의 기본 연봉이 5% 가까이 올랐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회로와 디바이스 분야 엔지니어의 몸값이 가장 높았고 한국계를 포함한 아시아계 엔지니어 기본 연봉이 상승세를 이어가는 것으로 분석됐다.

세계 최대 전기전자 전문가 단체인 미국전기전자공학회(IEEE)는 지난 18일(현지 시각) 미국 회원 급여와 복리후생 설문조사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엔지니어의 중위소득은 17만4161달러(한화 2억 4041만원)로 나타났다. 지난해는 초과 근무 수당과 성과급, 기타 수입을 제외한 기본 연봉이 16만9000달러(2억3328만원)였다.

중위소득은 전체 엔지니어를 소득순으로 순위를 매긴 뒤 정확히 중간값을 가지는 엔지니어의 소득을 말한다. 엔지니어 실업률은 지난해 1.4%에서 올해 1.2%로 내려갔다. IEEE는 주요 분야에서 정규직으로 일하는 기술 전문가 4192명이 이번 설문에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최고 연봉은 회로와 디바이스 엔지니어

미 정부는 최근 반도체법(CHIPS Act)에 따라 미국에서 생산되는 반도체 비중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상무부는 미국 인텔에 85억달러, 대만TSMC에 66억달러, 삼성전자에 64억달러,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에 61억달러의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반도체 회사에서 회로와 디바이스를 개발할 엔지니어는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미 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2023년부터 2030년까지 마이크로 전자와 반도체 설계 분야에만 엔지니어 6만9000명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된다. 여기엔 반도체 분야에 필요한 컴퓨터 과학자 3만4500명과 제어, 자동화, 통신, 제품 설계 등 맞춤형 반도체를 쓰는 다른 분야의 엔지니어 일자리는 포함되지 않았다.

반도체 분야의 인력 부족은 이번 조사에서도 반영됐다. 미국의 회로와 디바이스 엔지니어의 중위소득은 19만6614달러(2억7140만원)로 다른 분야 엔지니어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신 분야 엔지니어는 19만달러(2억6227만원), 컴퓨터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18만1000달러(2억4895만원)로 그 뒤를 이었다. 반면 에너지와 전력 분야의 엔지니어의 중위소득은 15만5000달러(2억1385만원)로 나타나 엔지니어 가운데 소득 수준이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적인 공대가 많은 미국에선 교육 수준이 엔지니어의 급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엔지니어들의 중위소득은 19만3636달러(2억6719만원)로 나타났다. 전기공학과 컴퓨터공학 분야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일반 엔지니어는 연간 18만2500달러(2억5183만원)를, 대학 학부를 마치고 일터로 나간 엔지니어는 15만9000달러(2억1940만원)를 버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 분야별 엔지니어 기본급. 자료=IEEE

◇미 아시아계, 서부 엔지니어 더 벌어

이번 조사에서 엔지니어 연봉에서 성별과 인종에 따른 격차가 확인됐다. 여성 엔지니어는 같은 경력 수준의 남성보다 3만515달러(4211만원) 적게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녀 엔지니어간 임금 격차는 지난 2019년 2만4300달러(3353만원)이었다.

인종별로는 아시아와 태평양 폴리네시아계와 백인 엔지니어들이 연봉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아시아계와 폴리네시아계 엔지니어의 중위소득은 2020년 처음으로 백인 엔지니어를 뛰어넘은 데 이어 2022년 이후 2년 연속 백인을 앞질렀다.

중위소득을 기준으로 아시아와 태평양 섬 출신의 엔지니어는 연 17만8500달러(2억4636만원)를 받는 것으로 나타나 다른 인종보다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으로 백인 엔지니어가 17만6500달러(2억4357만원), 히스패닉 15만2178달러(2억1000만원), 흑인 15만달러(2억703만원), 아메리카 원주민과 알래스카 원주민 출신 엔지니어는 14만8000달러(2억426만원)를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엔지니어라도 주마다 편차가 크다. 미 경제매체 포브스가 지난해 50개주 분야별 엔지니어 소득 수준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컴퓨터 하드웨어 엔지니어만 해도 캘리포니아주에서 연간 16만6940(2억3036만원)달러를 받지만 남부 아칸소주에선 그 절반인 연간 8만2270달러(1억1354만원)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도 엔지니어 연봉 수준이 지리적 위치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서부에서 일하는 엔지니어는 중부보다 평균 4만8500달러(6693만원)를 더 버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미국 서부 지역의 생활비와 물가가 다른 지역보다 월등히 높다는 점에서 소득 효과는 일정 부문 상쇄된다는 지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