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6월 정부는 오가노이드(organoid)를 국가첨단전략기술로 지정했다. 오가노이드는 세포를 3차원으로 배양해 장기처럼 만드는 것으로 흔히 ‘미니 장기’라고 부른다. 신약 개발에서 동물실험을 대체하거나 장기의 손상된 부위에 이식해 재생을 돕는 식으로 쓰인다.
전 세계 오가노이드 시장은 2028년에 43억달러(약 6조원)까지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한국바이오협회는 지난해 14억2000만달러(약 2조원)이었던 글로벌 오가노이드 시장 규모가 매년 25%씩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용근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물리학과 교수가 2015년 설립한 토모큐브는 급성장하는 오가노이드 시장을 개척하는 국내 대표 기업이다. 3차원 세포 이미징 전문기업인 토모큐브는 오가노이드 세포를 살아있는 상태로 관찰할 수 있는 현미경 기술인 홀로토모그래피(HT)를 개발해 상업화했다.
오가노이드는 약물 개발은 물론 발달생물학이나 진단 시스템 개발을 위해 꼭 필요한 기술로 자리 잡았다. 문제는 3차원 구조의 오가노이드 내부 구조를 자세히 보려면 5㎛(마이크로미터, 1㎛는 100만분의 1m) 두께로 얇게 잘라야 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얇게 자른 시료를 전처리해 얻은 이미지를 모두 합쳐야만 3차원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시간이 오래 걸릴 뿐 아니라 시료를 자르거나 전처리하는 과정에서 손실이나 변형될 수 있다.
토모큐브는 오가노이드 활용의 걸림돌이었던 전처리 과정을 없애는 데 성공했다. 지난 17일 대전 토모큐브 본사에서 만난 박 교수는 “빛으로 세포를 보는 광학 현미경이 등장한 이후 염색 기법이 나오고, 형광으로 단백질 움직임을 볼 수 있는 현미경도 나왔지만 오가노이드를 관찰하려면 전처리가 필요하다”며 “반면 홀로토모그래피를 이용하면 현재 최대 150㎛ 두께의 오가노이드를 전처리 없이도 관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홀로토모그래피는 레이저나 발광다이오드(LED)에서 나오는 빛을 이용한다. 빛은 물질을 통과하면서 그 종류에 따라 속도가 달라진다. 이 정도를 굴절률이라고 하는데, 홀로토모그래피는 세포나 오가노이드에 빛을 다양한 방향에서 쏘아 굴절률 변화를 측정한다. 그리고 이 정보를 토대로 세포의 3차원 홀로그램을 만든다. 빛을 이용해 복잡한 전처리 없이도 세포의 세포막, 핵과 염색체, 미토콘드리아, 소포체까지 볼 수 있다.
최근에는 홀로토모그래피 이미지에서 핵과 미토콘드리아, 소포체를 파악하고 세포 종류를 구분하는 인공지능(AI) ‘토모아날리시스(Tomoanalysis)’를 개발했다. 박 교수는 “지금까지는 오가노이드 이미지에서 소기관을 일일이 찾아야 했지만, AI를 이용하면 세포 분석이 가능하다”며 “박테리아 19종, 백혈구 5종을 인식할 수 있어 질병 진단에도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홀로토모그래피와 AI 분석 기술을 축구에 비교했다. 손흥민 선수가 골을 넣는 모습을 담은 2차원 사진으로는 그 순간의 정보만 얻을 수 있지만, 골을 넣기 전후의 모습을 담은 영상이라면 축구를 모르는 사람도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2차원 사진은 기존 현미경, 영상은 홀로토모그래피다. 박 교수는 “AI 기술은 축구 경기를 분석해 데이터를 제공하는 서비스라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홀로토모그래피를 사용한 고객사는 토모큐브에 ‘대체할 기술이 없다’는 피드백을 주고 있다. 박 교수는 “바이오 의약품 전임상 단계에서 홀로토모그래피를 사용하면 세포가 약물에 반응하는 모습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며 “앞으로 관찰할 수 있는 오가노이드 최대 두께를 500㎛까지 늘리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토모큐브는 지난 4월 한국거래소에 코스닥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해 18일 통과 승인을 받았다. 올해 안에 상장하는 것이 목표다. 게다가 지난해 매출은 37억 5000만원으로 전년 대비 2배 늘었고, 올해도 매출 증가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박 교수는 “지난해 매출 비중을 보면 국내 30%, 해외 70%였다”며 “한국은 전 세계 시장의 3~5%에 불과하고, 미국과 중국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걸 고려하면 올해에는 해외 비중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교수는 홀로토모그래피의 미래를 컴퓨터단층촬영(CT)과 비슷할 것이라 예상했다. 박 교수는 “CT도 처음 설치된 1970년대 이후 천천히 개수가 늘다가 1970년대 중반부터 수직에 가깝게 급성장하기 시작해 지금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며 “홀로토모그래피도 막 설치되기 시작했지만, CT와 비슷하게 성장하지 않을까 싶다”고 예상했다.
사실 CT는 홀로토모그래피와 원리가 비슷하다. CT는 인체를 수백 장의 고해상도 평면 X선 영상으로 나눠 찍는 방식이다. 각각의 X선 영상은 조직 단면을 보여준다. 이를 모으면 인체 내부를 입체로 볼 수 있다. 홀로토모그래피는 CT를 빛으로 구현한 기술이다.
참고 자료
Cancer Discovery(2024), DOI: https://doi.org/10.1158/2159-8290.CD-23-1499
bioRxiv(2023), DOI: https://doi.org/10.1101/2023.09.16.5580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