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버드대 와이스 연구소에서 개발한 '랩온어칩'. 랩온어칩은 각종 시료 분석에 필요한 전처리·분리·희석·검출 등의 과정을 미세유체 회로에서 수행하는 시스템을 말한다./Wyss Institute

국내 연구진이 다양한 조건에서 항암제 효과를 동시에 평가할 수 있는 종양 모사 칩을 만들었다. 이 바이오칩은 약물 평가 효율이 높아 앞으로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박제균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복잡한 종양 미세환경이 구현된 ‘랩온어칩’을 개발해 다양한 조건의 약물 스크리닝에 성공했다고 16일 밝혔다. 랩온어칩은 각종 시료 분석에 필요한 전처리·분리·희석·검출 등의 과정을 미세유체 회로에서 한 번에 수행하는 시스템이다.

연구팀은 바이오프린팅을 이용해 랩온어칩을 만들었다. 바이오프린팅은 세포와 생체재료로 만든 바이오 잉크를 활용해 인체기관과 유사한 구조물을 만드는 3차원(D) 프린팅 기술이다. 기존 바이오프린팅은 인체조직을 사람 몸 밖에서 재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배양 환경 제어와 분석이 어려웠다. 랩온어칩도 마찬가지로 미세한 유체 통로에 생체 환경을 모사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바이오프린팅 기술로 다른 조성으로 구성된 종양 모델 36개를 랩온어칩에 형성했다. 특히 세 가지 조성으로 이뤄진 종양 모델을 하나의 미세 유체소자에 집적했다. 연구팀은 세포를 배양해 혈관 벽과 종양 덩어리를 모사했고, 여기에 항암제 농도를 4개로 나눠 종양 모델에 주입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랩온어칩은 하나의 소자에서 12가지 실험 조건을 동시에 평가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개발한 칩에서 혈관 벽으로 약물 분자 수송이 저해되고 종양 덩어리 내부까지 침투되는 현상을 관찰했다. 기존 바이오칩으로는 모사하기 힘들었던 체내 수송 과정을 확인할 정도로, 신뢰성이 높은 약물 평가를 수행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박제균 교수는 “바이오프린팅과 랩온어칩의 통합기술로 신뢰성 있는 약물 평가 모델을 개발했다”며 “다양한 조직과 장기 특성을 모사해 동물실험 대체용 차세대 체외 세포배양 분석 기술로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았다. 연구성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헬스케어 머티리얼즈(Advanced Healthcare Materials)’에 지난달 3일 온라인 게재됐다.

참고 자료

Advanced Healthcare Materials(2024), DOI: https://doi.org/10.1002/adhm.202303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