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는 운동 선수가 가진 역량을 최대치로 끌어내는 걸 방해한다. 특히 사격이나 양궁처럼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종목은 미세한 스트레스에도 부정적인 심리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2020년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연구진이 국내 학술지 체육과학연구에 게재한 논문을 보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cortisol)이 많이 분비되는 사격 선수들은 시합 성적이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닜다. 중국 난징대 연구진이 122명의 양궁 선수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도 비슷하다. 이들은 선수들의 심박수 변화를 살폈는데, 활을 쏘기 전에 심박수가 높은 선수들은 점수가 일관되게 낮았다. 심박수 역시 선수들의 심리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다.

국가대표스포츠과학지원센터는 뇌의 혈류량을 측정해서 선수의 스트레스와 불안감, 긴장감을 확인하는 장비를 심리 상담에 활용한다. KAIST 연구진이 개발한 이 장비는 근적외선을 이용해 뇌 혈류량 변화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진천=송복규 기자

한국과 중국 연구진의 연구 결과는 당연한 사실 하나를 가리킨다. 선수들의 스트레스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좋은 성적도 기대하기 힘들다. 특히 4년에 한 번 열리는 올림픽은 매년이나 격년 단위로 열리는 다른 국제대회보다 선수들이 느끼는 부담감이 더 클 수밖에 없다. 각국 국가대표팀이 선수들의 훈련만큼이나 심리 상담에 신경을 쓰는 이유다.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이 국가대표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운영하는 국가대표스포츠과학지원센터도 선수들의 심리상태를 최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장태석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연구위원은 “한 달에 100건 정도 심리 상담을 하고 있다”며 “예전에는 심리 상담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지만 이제는 스포츠 심리 상담이 선수들의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서 많이 찾아온다”고 말했다.

국가대표스포츠과학지원센터는 뇌 혈류량을 통해 선수의 스트레스와 불안감, 긴장감을 확인하는 장비를 활용하고 있다. 배현민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및전자공학과 교수가 창업한 오비이랩은 근적외선 분광법(NIRS)으로 뇌의 혈류 변화와 헤모글로빈 농도 등을 측정할 수 있는 영상 진단 장비를 개발했다.

NIRS는 근적외선을 이용하기 때문에 방사성 물질에 노출되지 않아 컨디션 관리가 중요한 운동 선수들도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은 양전자를 방출하는 방사성 동위원소를 이용한다. 또 자기공명영상(MRI)이나 컴퓨터단층촬영(CT)과 달리 뇌 기능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오비이랩의 NIRS의 장점이다.

국가대표스포츠과학지원센터는 이 장비를 이용해 선수들의 뇌 혈류 변화를 실시간으로 점검하고, 이를 활용해 선수가 스트레스를 얼마나 받고 있는지, 긴장한 상태인지 살핀다. 장태석 연구위원은 “뇌 혈류량 분석을 거친 뒤에 선수들과 심리 상담을 진행하면 이 선수의 경기력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 무엇인지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포커스 프로’ 제품을 사용하여 훈련 중인 다이빙 국가대표 우하람 선수./대한수영연맹

수영대표팀도 스트레스로 인한 불면증을 개선하고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뇌과학의 힘을 빌렸다. 대한수영연맹은 작년 12월부터 수면 전자약 기업인 왓슨앤컴퍼니와 업무 협약을 맺고 수영대표팀 선수들에게 ‘포커스 프로’라는 장비를 지급했다. 왓슨앤컴퍼니가 개발한 포커스 프로는 전두엽의 대뇌피질에 미세전류를 흘려서 뇌 가소성의 균형을 유지해주는 장비다.

뇌 가소성은 뇌가 스스로를 재구성하는 능력을 말한다. 적당한 자극을 통해 뇌가 계속 깨어있는 상태를 유지하도록 돕는 것이다. 헤어 밴드 형태인 포커스 프로는 뇌의 전두엽에 1밀리암페어(mA) 수준의 미세전류를 흘려보내서 좌·우 뇌의 균형을 맞춰 사고판단 능력을 개선하도록 돕는다.

대한수영연맹은 “스트레스와 불안을 감소시키고 깊은 수면 상태를 유도해 피로를 빠르게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준다”며 “올해 3월 파리올림픽 경영 국가대표 선발대회부터는 국가대표가 아니더라도 한국기록을 수립하는 선수 전원에게 장비를 지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리올림픽을 앞둔 사격대표팀이 격발 타이밍을 일정하게 맞추기 위해 활용하는 아이트래커. 격발 시 선수의 시선 이동을 정확하게 측정해 안정적인 격발이 가능하게 돕는다./진천=송복규 기자

국가대표스포츠과학지원센터는 이외에도 선수들의 컨디션을 관리하고 자신만의 루틴(매일 반복하는 일)을 지킬 수 있도록 여러 지원을 하고 있다. 사격대표팀이 활용하는 아이트래커가 대표적이다.

사격은 결선 기준으로 4초 안에 5발을 쏴야 하는데 이때 격발 타이밍을 일정하게 맞추는 게 중요하다. 아이트래커는 안경 모양의 장비다. 선수가 착용한 채 격발을 하면 선수의 시선 이동을 정밀하게 분석해 준다.

장태석 연구위원은 “눈동자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카메라 센서 두 개를 활용해 선수의 시선 변화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며 “사격뿐 아니라 소프트볼대표팀도 타격의 정확도를 높이는 데 이 기술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Psychological Science(2023), DOI : https://doi.org/10.1177/09567976221143127

체육과학연구(2020), DOI : https://doi.org/10.24985/kjss.2020.31.2.3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