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미국 드렉셀대 공동 연구진이 배터리 양극재의 현미경 사진을 분석해 조성과 성능 정보를 예측하는 인공지능(AI) 기술을 개발했다./NPJ 재료 계산학

현미경 사진만 보고 배터리의 품질과 성능을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숙련된 전문가보다 3배 높은 정확도를 기록해 배터리 불량으로 발생할 수 있는 화재 사고를 예방하는 데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홍승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신소재공학과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배터리 양극재의 조성, 충·방전 정보를 99.6% 정확도로 확인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술을 개발했다고 2일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미국 드렉셀대가 공동으로 참여했다.

연구진은 반도체 공정에서 웨이퍼의 불량을 판별하는 주사전자현미경(SEM)을 배터리 공정에 적용했다. 주사전자현미경은 물체의 표면을 최대 수㎚(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해상도로 관찰할 수 있는 기술이다.

주사전자현미경은 배터리 소재 연구에서 열화로 인해 입자가 깨지고 부서지는 것처럼 내구성을 확인할 때 사용된다. 상업용 배터리를 만드는 공정에서도 현미경으로 양극재 표면을 확인해 원하는 조성으로 합성됐는지 확인하고 수명을 예측하고 불량률을 줄일 수 있다. 특히 양극재의 조성은 배터리 성능을 결정하는 핵심적인 요소로, 합성 과정에서 원하는 조성이 나오지 않는 경우 용량과 수명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

연구진은 자율주행차에서 사용하는 합성곱 신경망(CNN)을 이용해 양극재 표면 영상을 AI에 학습시켰다. 그 결과 99.6%의 정확도로 양극재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원소 함량과 충·방전 상태처럼 배터리의 성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수분 내로 확인할 수 있었다.

전문가와 AI의 분석 정확도를 비교하기 위한 실험도 진행했다. 14명의 전문가를 대상으로 현미경 영상을 보고 양극재의 상태를 분석하게 한 결과 정확도는 30%로 나타났다. AI를 이용했을 때의 3분의 1 수준이다.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한 AI를 배터리 공정에 적용하면 제품 품질을 높이고 수명 예측이 더 쉬워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다만 양극재에 첨가제를 사용했을 때는 충·방전 정보에 대한 예측 정확도가 34.17%로 낮아 학습 데이터를 확장할 필요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홍승범 교수는 “세계 최초로 주사전자현미경 사진으로 주 원소 함량과 충·방전 상태를 빠르고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반 방법론을 개발했다”며 “현미경 영상 기반 배터리 소재의 함량과 상태 감별 방법은 배터리 소재의 성능과 품질을 향상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NPJ 재료 계산학’에 지난 5월 2일 소개됐다.

참고자료

NPJ Computational Materials(2024), DOI: https://doi.org/10.1038/s41524-024-0127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