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소형 위성이 국가 안보를 책임질 핵심 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초소형 위성은 무게 100㎏ 미만인 인공위성을 말한다. 크기가 작은 만큼 군집이나 편대로 운용할 수 있어 지구를 촘촘하고 정밀하게 관측한다는 장점이 있다. 우주학계는 성능이 높은 탑재 장비를 개발해 초소형 위성을 더 많이 동시에 운용하는 방법을 마련하고 있다.
한국우주과학회는 30일 부산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제9회 초소형 위성 워크숍'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산업계·학계·연구계·군 관계자들이 참석해 민간·군사 목적으로 사용되는 '이중 용도' 초소형 위성 개발 계획을 설명했다.
초소형위성은 대형·중형 위성보다 제작 기간이 짧아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군집으로 운용할 경우 한 번에 쏘아 올려 발사 비용을 낮출 수 있다. 지난달 24일 국내 첫 양산형 초소형 군집위성인 '네온샛 1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작은 초소형 위성이 경쟁력을 발휘하는 건 발전하는 위성에 탑재하는 장비 기술과 운용 방식 때문이다. 이날 워크숍에 소개된 초소형위성체계개발사업은 합성개구레이더(SAR), 긴급대응광역감시체계(SpaceSCANeR·스페이스스캐너) 사업은 전자광학적외선(EO/IR) 탑재체를 개발하고 있다. 모두 초소형 위성을 군집으로 운용해 특정 지점의 관측 주기를 줄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초소형위성체계개발사업은 군집 위성이 모두 올라갈 경우 한 지점을 1분에 3장씩 촬영할 수 있다고 밝혔다.
초소형위성체계개발사업의 SAR는 지상으로 레이더파를 순차적으로 쏜 후 반사돼 돌아오는 레이더파의 시간 차이를 분석해 지형도를 만드는 기술이다. 일반 광학카메라와 달리 레이더파를 사용하기 때문에 밤에도 지상을 관측할 수 있다. 또 물체의 진동수와 파장을 이용해 여러 물체가 겹쳐져 있더라도 구분할 수 있다. 초소형위성체계개발사업은 2030년 전력화를 목표로 군과 연구기관, 한화시스템(272210), 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 LIG넥스원(079550)이 힘을 합치고 있다.
임진구 공군본부 소령은 이날 워크숍에서 "초소형 SAR 군집위성은 군 측면에선 북한과 주변국의 위협과 징후를 상시 감시하는 목적으로, 민간에서는 국가 재난 관리와 치안 위협에 대응하는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며 "SAR 위성은 광학으로는 확인하기 힘든 북한 핵 위협을 적시에 대응하는 감지 정찰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초소형위성체계로 개발된 SAR 위성은 민간에서도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SAR 위성에는 선박자동식별장치(AIS)가 실린다. AIS는 선박의 위치와 속도를 확인할 수 있어 선박 사고나 불법 선박을 찾아내는 데 효과적이다. 사업 주관기관인 국방과학연구소(ADD)의 황용철 책임연구원은 "고해상도 SAR 위성이 찍은 영상은 민간용으로 많이 활용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연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군집위성으로 수집된 SAR 영상과 AIS 데이터를 비교분석하는 연구를 수행 중"이라며 "이 기술로 불법 선박이나 이상 항행, 기름 유출, 해양쓰레기 투척을 정밀하게 찾아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방위사업청이 주도하는 스페이스스캐너사업은 초소형 위성 중에서도 작은 큐브위성을 사용한다. 큐브위성은 가로·세로·높이가 모두 10㎝인 정육면체를 하나의 '유닛(Unit)'으로 하는 초소형 위성이다. 만약 큐브위성의 제원에 '6U'라는 표시가 있으면 정육면체 유닛 6개를 붙였다는 뜻이다.
스페이스스캐너사업은 18U급 큐브위성을 개발할 계획이다. 현재는 체계 개발 단계로, 큐브위성 4기가 편대비행 하는 것을 구상하고 있다. 편대비행은 위성 여러 기가 수평이나 수직으로 늘어서 지구 궤도를 도는 방식을 말한다. 만약 위성들이 궤도와 수직으로 늘어서 돌면 다른 관측 위치에서 동시에 같은 지역을 촬영해 공간 분해능이 높아진다. 위성이 늘어선 형태가 한 대를 따라가는 수평 방식이면 일정한 시간을 두고 같은 지역을 관측해 시간 분해능이 향상된다.
새로 개발될 큐브위성들은 EO/IR 탑재체를 사용한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EO 탑재체는 가시광선을, IR 탑재체는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긴 적외선을 이용한다. 이대희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가시광선과 적외선을 동시에 수집해 주·야간 감시가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라며 "적외선은 해상도가 높진 않지만 열을 찾아내기 때문에 북한의 핵실험과 철도 움직임 등 다양한 부분에서 가치가 높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