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항공청이 재사용발사체 기술과 15㎝급 초고해상도 위성, 제4라그랑주(L4)와 소행성 아포피스 탐사를 주요 임무로 제시했다. 민간 기업 중심으로 주요 임무를 수행하면서 선도국과의 우주항공 분야 기술 격차를 줄이고 우주 산업의 덩치를 키운다는 계획이다. 노경원 우주항공청 차장은 "한강의 기적과 반도체의 기적에 이어 우주의 기적을 만들어 내겠다"고 밝혔다.
우주항공청은 30일 오후 경남 사천 임시청사에서 개청식을 갖고 본격적인 츨범을 알렸다. 우주항공청은 지난 27일 업무에 돌입했지만, 여러 사정으로 개청식은 이날 열렸다. 개청식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참석했다. 개청식에 이어 열린 국가우주위원회 제1회 회의에서 윤영빈 우주항공청 초대 청장은 2045년 우주항공 5대 강국 입국을 위한 청사진을 담은 '우주항공청 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독자 개발한 발사체인 누리호로 실용 위성을 우주에 쏘아 올려 세계 7대 우주강국에 들어갔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앞서 있는 1~6위 기술 선도국과는 격차가 상당하다. 우주 분야의 주요 기술 수준이 최선도국인 미국에 비해 10년 이상 뒤처져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점에서 선도국과의 기술 격차를 좁히는 것이 우주항공청의 당면 과제로 꼽힌다.
◇수송·위성·탐사·항공 분야별 기술 목표 제시
우주항공청(우주청)은 이날 주요 기술 개발 목표를 공개했다. 노 차장은 "3월 15일부터 민간 전문가들도 참여한 기획위원회를 가동해서 우주청의 미션에 대해 고민했다"며 "기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나 다른 정부 부처가 하던 것들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함께했다"고 말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재사용 발사체 기술 조기 확보이다. 재사용 발사체 기술은 민간 주도의 뉴스페이스 시대의 핵심 기술로 손 꼽힌다. 누리호는 한 번 발사하면 끝인데, 미국의 스페이스X는 팰컨9 로켓을 20번까지 재사용했다. 그만큼 발사 비용을 절감했다.
그동안 한국은 재사용 발사체 기술을 검토하는 수준이었는데, 이번 로드맵에 조기 확보 추진이 명시적으로 들어갔다. 우주청은 500㎏급 위성의 저궤도 투입에 재사용발사체를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나로우주센터 외에 제2 우주센터 구축도 추진한다. 우주청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입지는 결정하지 않았지만 민간 발사체 수요를 감안해 육상이나 해상 발사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성 분야에서는 15㎝급 초고해상도 위성 제작 계획을 밝혔다. 가로세로 15㎝를 하나의 점으로 인식하는 수준이다. 현재 한국이 가진 최고 해상도의 위성은 50㎝급이며, 개발 중인 아리랑 7호 위성도 30㎝급이다. 이걸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해서 초고해상도 광학 위성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차세대중형위성, 초소형 군집위성, 다목적실용위성, 검증플랫폼 위성 등 다양한 위성을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계획도 포함됐다.
우주 탐사 미션도 구체화했다. 우선 우주청은 L4 탐사를 포함한 대한민국 우주탐사 로드맵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L4는 태양과 지구 사이의 중력이 균형을 이루는 라그랑주점 중 하나다. 아직까지 L4를 탐사한 국가는 없다. 존리 우주청 우주항공임무본부장이 L4 탐사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32년 달 착륙선 발사, 2045년 화성 착륙선 발사에 이어 소행성 탐사에도 뛰어든다. 특히 예비타당성 조사 과정에서 무산됐던 소행성 아포피스 탐사가 부활했다. 아포피스는 2029년 지구에 초근접하는 소행성이다. 여러 국가가 아포피스 탐사를 준비 중인데, 우주청도 여기에 합류하겠다는 계획이다.
항공 분야에서는 하이브리드 미래항공모빌리티(AAM) 개발, 대형 가스터빈 첨단엔진 민군 공동 개발 등이 주요 임무로 제시됐다.
◇우주경제 키우고, 국제협력 챙긴다
우주항공 산업생태계 조성도 우주청의 핵심 과제이다. 우주청은 펀드 투자를 늘리고, 전담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우주항공 업계의 규제 개선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 관계 부처와 해결하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또 우주항공 분야의 조달·감리 제도를 정비하고, 우주항공 분야의 법과 제도도 새로운 환경에 맞게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노 차장은 "그동안은 우주항공 분야의 미션을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주도해서 추진했다면 우주청이 출범하면서 이제는 민간이 주도할 수 있게 바꾸겠다는 의미"라며 "민간 부문을 어떻게 지원할 수 있을지, 우주청의 일하는 방식은 어떻게 바꿔나갈지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 협력도 대폭 강화한다. 과기정통부 시절에는 우주항공 분야의 국제회의나 국제심포지엄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노 차장은 "과기정통부에선 우주 업무 담당자가 20명 남짓에 불과해 국제 회의에 참석하는 게 현실적으로 힘들었지만, 이제는 우주청이 설립되고 국제협력 담당 부서도 만들어졌다"며 "더 많은 국제협력 과제에 참여하고, 교류를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