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을 활용해서 세상에 없는 새로운 맥주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벨기에 뢰번대의 케빈 베르스트레펜(Kevin Verstrepen) 교수 연구진은 맥주의 화학 성분을 기반으로 맛과 향을 예측하고, 개선할 수 있는 AI 모델을 개발했다고 27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실렸다.
연구진은 벨기에에서 생산·판매되는 상업용 맥주 250개를 AI를 이용해 분석했다. 맥주의 맛은 맥주 안에 있는 단백질 수준, 아세트산 에틸, 아세트산 에틸 페닐, 젖산 등의 화학적인 요인에 의해 달라지는데 이 화학적인 화합물의 측정치를 분류한 것이다. 연구진은 250종의 맥주에서 모두 226개의 화학 화합물 측정치를 얻어서 AI에 학습시켰다.
여기에다 16명의 맥주 전문가를 섭외해 250종의 맥주에 대해 50가지 속성으로 점수를 매기게 했다. 또 온라인 맥주 리뷰 사이트에 올라온 18만건의 대중 평가도 전문가 평가에 더해서 AI에 학습시켰다. 연구를 진행한 베르스트레펜 교수는 "맥주 속의 수백 가지 화합물은 입과 코를 통해서 우리에게 받아들여지는데, 머신러닝 기술을 통해 이를 과학적으로 정확하게 측정하고 예측할 수 있다는 건 매우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이 만든 AI는 사람의 취향에 맞춰서 어울리는 맥주를 추천할 수 있는 기능을 갖췄다. 주관적인 평가와 화학 화합물의 측정치를 비교해 특정한 맛이나 향을 원하는 사람에게 어울리는 맥주를 추천할 수 있는 것이다. AI가 맥주 소믈리에로 변신한 셈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서 연구진은 AI를 이용해 세상에 없는 새로운 맛의 맥주를 만드는 데도 성공했다. AI를 이용해 맥주의 맛과 향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레시피를 조정한 것이다. AI가 젖산과 초산에틸 같은 특정 화합물의 혼합 비율을 조정해서 만들어진 맥주는 전문가 패널로부터 기존 맥주들보다 훨씬 높은 평가를 받았다.
연구진은 무알코올 맥주의 풍미도 개선했다. 무알코올 맥주는 기존 맥주에 비해 풍미가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다. 관련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뚜렷하게 맛있는 무알코올 맥주를 찾기는 힘든데, AI를 이용해 일반 맥주와 구별하기 힘들 정도의 맛과 향을 가진 무알코올 맥주를 만든 것이다.
베르스트레펜 교수는 "우리가 만든 AI는 하나의 도구로 더 좋은 무알코올 맥주를 만드는 데 사용될 수 있다"며 "맥주 회사 입장에서는 어떤 화합물이 맥주의 맛을 높이고 소비자의 호감을 끌어낼 수 있는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참고자료
Nature Communications(2024), DOI : https://www.nature.com/articles/s41467-024-4634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