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호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대기청정연구실 책임연구원 연구팀이 개발한 MTB 공정으로 만든 탄소를 흡수하는 바이오차./에기연

국내 연구진이 가축분뇨를 하루 만에 탄소를 잡는 바이오 자원으로 바꾸는 기술을 개발했다. 가축분뇨는 초미세먼지와 온실가스를 만드는 만큼,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환경보호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유지호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대기청정연구실 책임연구원 연구팀은 축산농가에서 나오는 가축분뇨를 바이오차로 바꾸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5일 밝혔다. 바이오차는 바이오매스(Biomass)와 숯(Charcoal)의 합성어로 곡물 줄기와 배설물, 음식물 찌꺼기를 섭씨 350도 이상에서 열분해해 만든 물질이다.

축산농가에서 나오는 가축분뇨는 퇴비 등으로 사용된다. 국내 연간 가축분뇨 발생량은 2022년 기준 5000만t 정도다. 하지만 퇴비로 사용하기엔 발효되는 기간이 60일 이상으로 길고,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보다 300배 강한 온실가스인 아산화질소가 발생한다. 또 초미세먼지와 악취의 원인인 암모니아도 배출된다.

바이오차는 가축분뇨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바이오차는 가축분뇨에서 나오는 아산화질소와 암모니아 배출을 차단하고, 공기 중 탄소를 흡수한다. 바이오차가 탄소를 가둬놓을 수 있는 기간은 1000년 이상이다. 정부도 ‘축산 분야 2030 온실가스 감축·녹색성장 전략’을 통해 바이오차 이용을 확대할 계획이다.

유지호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대기청정연구실 책임연구원 연구팀이 개발한 바이오차 생산 MTB 공정을 충남 청양군 실증단지에서 가동하는 모습./에기연

연구팀은 바이오차를 생산하는 ‘MTB’ 공정을 개발했다. 연구팀의 MTB 공정의 핵심은 분뇨가 지닌 수분을 20% 이하로 줄이기 위한 탈수·건조 기술이다. 연구팀은 한국기계연구원이 개발한 스크류 형태의 고액 분리기를 적용했다. 이 분리기는 분뇨가 지닌 수분을 60% 이하로 탈수시키는데, 기존 공정 대비 사용하는 에너지가 1% 수준이다. 덩어리 모양으로 분리된 분뇨는 3단 블레이드 분쇄 장치로 1㎝ 이하 크기로 쪼개진다.

쪼개진 분뇨는 연구팀이 개발한 ‘F-COMB’ 장치로 건조된다. F-COMB 장치는 분뇨 덩어리와 역흐름 열풍의 접촉을 최대화해 에너지효율을 극대화한 건조·열분해 장비다. 이 장치는 위쪽에서 분뇨 덩어리가 떨어지고, 아래쪽에선 열풍이 올라오는 형태다. 이 과정을 거치면 1분 만에 분뇨 덩어리의 수분을 20%로 줄일 수 있다. 건조된 분뇨는 섭씨 350도로 가열돼 바이오차로 변한다.

이 공정은 하루 10t의 가축분뇨를 처리할 수 있다. 연구팀은 충남 청양군 실증단지에 새로 개발한 공정을 100시간 가동해 상용화 가능성을 확인했다. 특히 기존 공정보다 에너지효율이 높아 중국·호주·인도네시아 등 친환경 폐기물 처리를 추진하는 국가에 수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유지호 책임연구원은 “국내 가축분뇨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와 초미세먼지를 줄이는 방안이 그동안 없었다”며 “이번에 개발한 공정은 가축분뇨를 현장에서 바이오차로 바로 바꿀 수 있는 저비용·고효율 공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원천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