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개발한 탄소나노튜브 복합음극재를 들고 있는 한중탁 한국전기연구원 나노융합연구센터 책임연구원(왼쪽)과 이도근 전기연 학생연구원./전기연

국내 연구진이 이차전지의 용량과 안정성을 높일 실리콘 음극재 제조기술을 개발했다. 탄소나노소재를 사용한 이 기술을 적용하면 이차전지 성능이 오랫동안 유지돼 수명을 늘릴 수 있다.

한중탁 한국전기연구원 나노융합연구센터 책임연구원 연구팀은 리튬이온전지 음극재의 고용량·고안정성을 확보하는 '실리콘-질소 도핑 카본 복합음극재' 제조기술을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실리콘은 리튬이온전지의 기존 음극 소재인 흑연보다 에너지 밀도가 10배 이상 높지만, 지속적인 충·방전에 부피가 3~4배 팽창한다는 단점이 있다. 또 실리콘 입자가 쉽게 부서져 전지 성능을 쉽게 낮춘다. 이에 흑연에 실리콘을 조금 첨가해 각 소재의 장단점을 보완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실리콘 약점의 해결책은 탄소나노소재에 있었다. 탄소나노소재는 탄소가 육각형 모양으로 이뤄진 나노 단위의 전도성 소재다. 2차원 평면 구조인 그래핀(Graphene)과 나선형 구조인 '탄소나노튜브'가 탄소나노소재에 해당한다.

연구팀은 탄소나노튜브에 질소를 도핑했다. 전기 전도성과 물성이 좋은 단일벽 탄소나노튜브에 리튬이온과 친화도가 높은 질소를 합쳤다. 다만 탄소나노튜브는 서로 뭉치려는 성질이 있어 이차전지에 적용하려면 분산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특히 단일벽 탄소나노튜브는 지름이 1~2㎚(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에 불과하기 때문에 분산 기술 확보가 어려웠다.

연구팀은 밀가루와 물, 첨가물을 넣어 섞는 반죽처럼 단일벽 탄소나노튜브와 강산, 첨가제를 넣고 탄소나노튜브를 기능화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기능화된 탄소나노튜브 사이에는 공간이 생기는데, 이 틈으로 질소를 도핑해 '질소 도핑 단일벽 탄소나노튜브'를 만든다. 연구팀이 개발한 탄소나노튜브를 음극재에 적용하면 리튬이온이 실리콘으로 이동하는 속도를 높여 성능을 향상한다. 음극재 외부는 우수한 전도성과 기계적 강도를 가진 그래핀을 감싸 실리콘의 부피 팽창을 억제했다.

연구팀은 질소를 도핑한 탄소나노튜브를 적용한 음극재로 리튬이온전지 충·방전 100회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 결과, 기존 실리콘 복합음극재를 적용한 리튬이온전지는 충·방전 100회에 성능이 30% 수준으로 내려갔다. 반면 '실리콘-질소 도핑 카본 복합음극재' 리튬이온전지는 82% 이상의 성능을 유지했다.

한중탁 전기연 책임연구원은 "탄소나노소재 복합음극재는 실리콘의 단점을 메우고, 고용량이 장시간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장점이 있다"며 "전지 전극의 전도성과 성능을 높이기 위해 첨가되던 카본블랙 같은 도전재를 넣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전기연은 탄소나노소재 복합음극재가 적용된 리튬이온전지에 대한 평가를 마무리하고 특허를 출원했다. 이 기술은 리튬 확산속도가 중요한 전고체 전지에도 활용할 수 있는 만큼, 전기연은 앞으로 수요 기업을 발굴해 기술이전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는 재료공학 분야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터리얼스(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지난 3월호에 게재됐다.

참고자료

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DOI: https://doi.org/10.1002/adfm.2023113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