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연구원(IBS) 연구진이 개발한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의 작동 모습.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내면서도 최대 1.5배 늘려도 화질 저하가 없다./기초과학연구원

국내 연구진이 퀀텀닷(양자점)을 이용해 세계 최고 성능의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를 개발했다. 최대 1.5배 늘려도 성능을 유지할 수 있어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새로운 형태의 전자기기 개발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현택환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 연구단장과 김대형 부연구단장이 이끄는 연구진은 16일 고무처럼 늘려도 화질 변화가 없는 퀀텀닷발광다이오드(QLED) 디스플레이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최근 디스플레이는 접히거나 말리는 형태 변화에도 작동할 수 있는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양쪽으로 잡아당겨 늘릴 수 있는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도 개발되고 있으나 지금까지는 발광부는 제외한 배선부만 늘어나는 데 그친다. 이같은 방식은 늘렸을 때 발광부가 차지하는 면적 비율이 감소해 화질이 떨어지고, 발광부와 배선부의 마찰로 인해 내구성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다.

화질 저하 문제를 해결하려면 배선부와 발광층이 모두 늘어나는 소자를 개발해야 한다. 현재 유기전자 복합소재를 이용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으나 색상 재현력이 떨어져 상용화 수준에는 이르지 못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IBS 연구진은 퀀텀닷을 발광물질로 활용해 이같은 문제를 해결했다. 빨간색, 녹색, 파란색을 내는 퀀텀닷 소자를 탄성을 가진 고분자에 섞어 사용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만든 용액은 40㎚(나노미터) 두께의 발광층으로 만들었다.

이번에 개발한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는 소자의 밝기는 1만5170니트(nits), 구동 전압은 6.2V로 지금까지 스트레처블 퀀텀닷 발광소자 중 가장 우수한 성능을 보였다. 2022년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개발한 밝기 7450니트에 구동 전압 15V를 2배 이상 뛰어 넘는 수치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김동찬 가천대 교수는 “신축성 퀀텀닷 발광층에 적용할 수 있는 고해상도 패터닝 기술도 새롭게 개발했다”며 “발광 소재와 패터닝 기술을 결합해 풀컬러 스트레처블 QLED 디스플레이 소자를 완성했다”고 말했다.

형태 변화에도 성능 저하가 없다는 점도 장점이다. 좌우로 1.5배까지 늘리더라도 소자 내 퀀텀닷의 거리에는 변화가 거의 없었다. 가령 20인치 크기의 QLED TV를 30인치까지 잡아당기더라도 화질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의미다.

김 부연구단장은 “스트레처블 소자를 활용한 형태 가변 디스플레이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발전의 핵심 트렌드”라며 “자동차 내부 곡면처럼 플렉서블이나 폴더블 폼팩터로는 구현이 어려운 곳에 적용돼 자유 형상 디스플레이 시대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일렉트로닉스’에 지난 15일 소개됐다.

참고자료

Nature Electronics, DOI: https://doi.org/10.1038/s41928-024-01152-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