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산업 연구가 실패하면 처벌한다. 이런 자세로는 1등 못 한다. 1등이 되려면 100개 중에 99개가 실패하더라도 연구개발(R&D)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시행착오를 인정해야 한다."(강은호 전 방위사업청장)

한국 방위산업이 눈부신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폴란드에 FA-50 전투기를 수출했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9 자주포를 수출했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세계 무기 수출 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은 2.4%로 9위에 올랐다.

'K방산'의 성장세를 이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한국공학한림원은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 엘타워에서 '대한민국 국방 및 K-방산 생태계'를 주제로 272회 'NAEK 포럼'을 개최했다. K방산의 부흥을 지속하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을 산·학·연 전문가들이 논의하는 자리였다.

강은호 전 방위사업청장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272회 'NAEK 포럼'에서 기조 발표를 하고 있다./이병철 기자

강은호 전 방위사업청장은 기조 발표자로 나서 정책의 일관성과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 전 청장은 "방위산업은 정부가 유일한 수요자이기 때문에 정부가 일관된 정책을 제시하지 않으면 아무리 자국 시장이 크고 경쟁력이 있어도 산업을 키우기가 어렵다"며 "정부 정책의 일관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방위 산업이 최고 수준에 이르기 위해서는 실패에 대해 관대한 문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강 전 청장은 "1등이 되려면 100개 중에 99개가 실패하더라도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며 "시간과 비용이 들고 시행착오가 생기는 걸 인정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강 전 청장은 "방위산업은 연구가 실패하면 처벌하는 문화가 있는데 이런 자세로는 1등을 할 수가 없다"며 "방위산업 R&D 예산 16조원 가운데 3조원 정도는 실패하더라도 개척하는 전략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중면 한국과학기술원(KAIST) 안보융합원장은 "지난 15년 동안 한국의 방위산업 수출 순위가 정체 상태"라며 "순위를 올리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국방안보 분야의 연구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 원장은 과학기술 인력도 강조했다. 그는 "KAIST에서 상위권의 학생들이 예전과 달리 국방 분야로 가지 않고 판교의 네이버나 카카오, 삼성전자로 향한다"며 "지난 20~30년 동안 최고 두뇌가 국방 분야에 진출했기 때문에 지금의 성과가 가능했는데, 앞으로 가능할 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산업계를 대표해서 토론 패널로 나선 신현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장은 금융 지원 같은 수출 지원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 사장은 "한국과 좋은 관계를 가질 수 있는 국가에 대해서는 정부 차원의 펀딩이 필요하고, 수출에 필요한 제약을 없애주는 게 중요하다"며 "미국의 'FMF'라는 제도처럼 국방비의 일부를 우방국에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을 우리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포럼을 연 한국공학한림원의 김기남 회장은 "최근 국제 정세는 이념이 아닌 기술동맹의 시대로 변화하고 있으며, 반도체·배터리와 같은 전략기술의 이해관계에 따라 글로벌 연합전선이 변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며 "지금의 K-방산 흐름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핵심 기술 확보 및 기술 보안 유지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개별 기업들의 노력만이 아니라 학계·산업계·정부 등 생태계 전체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