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신약 개발 속도를 앞당길 수 있는 인공지능(AI) 모델을 개발했다. 신약 개발에 필요한 물질을 설계하면서도 기존 물질의 분자 구조를 바탕으로 특성을 예측하는 데 특화된 기술이다.
예종철 한국과학기술원(KAIST) 김재철AI대학원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25일 분자 구조와 특성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학습해 신물질 설계와 기존 물질의 특성 예측을 동시에 할 수 있는 AI 모델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신약 개발이나 반도체 소재 개발에는 사용자가 필요한 특성을 갖춘 새로운 물질을 찾는 연구가 중요하다. 과거에는 사람이 직접 설계해 만들어진 물질의 특성을 검증하는 방식으로 이같은 연구가 이뤄졌으나 최근에는 AI를 이용해 신물질 개발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대표적으로 '비 지도 학습'을 이용한 사전학습 기술은 분자 구조 자체가 나타내는 화합물의 특성을 예측하는 데 활용된다. 그러나 이같은 방식은 주어진 물질의 특성은 예측하더라도 원하는 특성을 가진 물질을 설계하는 능력은 없어 활용 범위에는 한계가 있다.
연구진은 물질의 분자 구조와 특성 사이의 상관 관계를 한 번에 학습하는 AI 모델을 개발해 이같은 문제를 해결했다. 필요한 분자의 표현식을 학습하기 위해 이미지 분야 AI 기술인 컴퓨터 비전에서 주로 활용하는 '다중 모달리티' 학습 방법도 도입했다. 다중 모달리티 학습법은 문자, 이미지, 영상, 음성 같은 서로 다른 형태의 데이터를 하나로 통합해 학습하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분자 구조와 특성이라는 다른 형태의 데이터를 통합해 AI 모델을 학습했다. 그 결과, 원하는 성질의 화합물 구조를 만들거나, 주어진 화합물의 특성을 예측하는 동시에 원하는 특성의 물질을 설계할 수 있게 했다.
이렇게 개발한 AI 모델은 50가지 이상의 특성을 내는 분자 구조를 예측하는 데 성공했다. 분자의 구조와 특성 모두를 이해해 만든 결과다. 덕분에 신물질이 인체 안에서 일으키는 다양한 화학 반응과 독성을 예측하는 문제에서도 기존의 모델을 뛰어넘는 성능을 보였다.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한 AI 모델이 신약의 독성 예측, 후보 물질 발굴과 같은 산업계의 난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저분자 물질에 국한된 신물질 개발 AI를 넘어서 고분자, 단백질과 같은 생화학적 특성을 나타내는 물질 연구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예 교수는 "새로운 화합물을 만들고 특성 예측 기술을 통합하는 화학분야의 새로운 생성형 AI기술"이라며 "생성형 AI 기술의 저변을 넓힐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지난 14일 소개됐다.
참고자료
Nature Communications,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4-464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