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한 파이(Rohan Pai) 어플리케이션 엔지니어링 헤드와 다니엘 자보르(Daniel Jabbour) 치프 오브 스태프(오른쪽)가 19일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어플라이드 인튜이션

챗GPT로 세상을 놀라게 만든 오픈AI와 인공지능(AI) 기술의 선두주자인 구글 딥마인드. 생성형 AI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두 기업에 교집합이 있다. 바로 자율주행 시뮬레이션 플랫폼을 만드는 미국의 스타트업 어플라이드 인튜이션(Applied Intuition)이다.

어플라이드 인튜이션은 최근 시리즈E 투자를 유치했다. 2억5000만달러의 추가 투자 유치를 통해 어플라이드 인튜이션의 기업 가치는 60억달러(약 8조원)까지 올라갔다.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과 경기 침체에 따른 스타트업들의 어려움이 큰 가운데 나온 성과다.

이번 시리즈E 투자 유치에서 주목할 부분은 리딩 투자자의 명단이다. AI 기술 개발을 이끌고 있는 구글 딥마인드의 공동 설립자인 무스타파 슐레이만이 어플라이드 인튜이션 투자자로 새로 합류했다. 어플라이드 인튜이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카사르 유니스(Qasar Younis)는 실리콘밸리 벤처투자사(VC)인 와이컴비네이터 출신으로 오픈AI 초기 인큐베이팅에 참여한 경력이 있다. 덕분에 오픈AI의 샘 알트만 CEO도 어플라이드 인튜이션에 여러 도움을 주고 있다. 생성형 AI 시대에 가장 중요한 두 테크 기업이 모두 어플라이드 인튜이션의 조언자인 셈이다.

다니엘 자보르(Daniel Jabbour) 어플라이드 인튜이션 '치프 오브 스태프'는 19일 서울 강남구 인터컨티넨탈 코엑스 호텔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갖고 "오픈AI, 딥마인드와 관계를 맺고 있는 덕분에 AI 산업과 생태계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데 큰 도움이 된다"며 "AI 기술을 어떻게 향상시킬 수 있을지 지속적으로 이야기를 듣고 도움을 받는다"고 말했다.

어플라이드 인튜이션은 자율주행차를 도로에서 달릴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자동차 제조사나 스타트업이 만든 자율주행 시스템이 안전한 지, 문제는 없는 지를 어플라이드 인튜이션이 개발한 시뮬레이션 플랫폼에서 테스트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사인 라이드플럭스와 LG전자 등이 어플라이드 인튜이션과 협업하고 있다.

어플라이드 인튜이션의 '시미안(Simian)'을 이용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가 다양한 돌발 상황을 테스트하는 장면. 실제 차량으로는 테스트하기 힘든 위험한 상황도 가상공간에서 테스트할 수 있다./어플라이드 인튜이션

어플라이드 인튜이션은 이번 시리즈E 투자 유치를 하면서 생성형 AI에 대대적인 투자를 선언했다. 실리콘밸리에서 논의되고 있는 AI 기술에 대해 한국의 파트너들에게 소개하기 위한 행사인 '인터섹트'도 19일 서울에서 열었다. 자율주행 시뮬레이션을 개발하는 회사가 AI를 강조한 이유는 뭘까. 인터섹트 행사를 위해 한국을 찾은 다니엘 자보르와 로한 파이(Rohan Pai) 어플리케이션 엔지니어링 헤드를 직접 만나 물었다.

다니엘 자보르는 오픈AI가 개발하고 있는 동영상 생성 AI인 소라(Sora)를 예로 들면서 자율주행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AI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기업 입장에서는 현실감 있는 상황을 시뮬레이션으로 구현하는 게 중요하다"며 "시나리오나 영상, 이미지를 만드는 변화의 속도가 최근 들어 굉장히 빠르다"고 강조했다. 생성형 AI를 통해 시뮬레이션의 완성도와 속도를 높이는 게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로한 파이는 "웨이모가 샌프란시스코에서 자율주행 택시 운행을 시작한 것처럼 이미 자율주행 기술은 상당히 발전했다"며 "이제는 한정된 지역에서 더 넓은 범위로 확대하는 게 관건이다. AI 기술을 통해 시스템을 더 강력하게 만드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다니엘 자보르는 "과거와 달리 차량의 기능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이제 자동차는 그 자체로 하나의 큰 컴퓨터처럼 되고 있다"며 "다양한 요구사항과 시스템의 복잡도를 풀기 위해 AI 기술이 반드시 필요해졌다"고 설명했다. 자동차에는 보통 3만개의 부품이 사용되는데, 자율주행을 위해서는 많은 부품들을 하나로 연결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보통 자동차 한 대에는 1억5000만줄의 코드가 들어간다.

다니엘 자보르는 "자율주행 상용화가 언제 가능할 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AI 기술이 그 시기를 앞당긴다는 건 확실하다"며 "많은 회사들이 AI를 자율주행에 추가하면서 많은 발전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