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차세대 전지 기술로 꼽히는 리튬 금속전지의 안정성을 높일 방법을 찾았다. 고성능의 전해액을 개발해 고전압 환경에서도 높은 에너지 밀도를 유지하면서 화재 위험성까지 잡았다. 리튬 금속전지의 상용화를 앞두고 원천 기술을 확보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남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화학공학과 교수가 이끄는 공동 연구진은 19일 높은 충전 전압에서도 리튬 금속전지의 효율을 유지하는 전해액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서울대, 고려대, 울산과학기술원(UNIST) 경상국립대 연구진이 함께 참여했다.
리튬 금속전지는 리튬 이온전지에서 사용하는 흑연 음극을 리튬 금속으로 바꿔 에너지 밀도를 크게 높인 차세대 전지다. 리튬 금속은 흑연에 비해 리튬 저장량이 10배 가량 높아 에너지 밀도를 50% 이상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그러나 리튬 금속은 반응성이 높아 표면에 리튬이 쌓이면서 화재 위험성이 커진다는 한계는 여전히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연구진은 새로운 전해액을 개발해 이같은 문제를 해결했다. 전해액은 전지 내부에서 이온을 전달하면서 전극 표면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기존 전해액은 고전압 환경에서 분해돼 보호층을 만들지 못하는데, 전해액의 안정성을 높여 전극 표면에서 일어나는 반응을 막는다는 전략이다.
연구진은 높은 충전 전압에서도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용매를 새롭게 합성했다. 여기에 첨가제를 넣어 안정성을 높였다. 첨가제는 전극과 전해액 사이의 표면을 안정화하는 역할을 한다.
그 결과, 상온에서 200회 충전해도 효율이 99.9%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전 전압을 4.4V 높여 사용했을 때도 방전 용량은 75%로 기존 전해액에 비해 5% 가량 높게 유지했다.
전지 내부에서 가스가 발생하거나 부피가 변하는 문제도 해결했다. 성능을 개선하는 데 그치지 않고 화재 위험성까지 크게 낮춘 데 성공한 것이다.
최 교수는 "고전압 안정성이 우수하고 가스 발생을 억제하는 새로운 전해액 용매를 개발했다"며 "고전압 리튬 금속전지 상용화를 위한 전해액 설계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는 연구"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에 지난 6일 소개됐다.
참고자료
Advanced Materials, DOI: https://doi.org/10.1002/adma.202401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