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차원 망원경이 촬영한 나선성운의 모습./서울대학교 중력파우주연구단·임명신 교수

국내 연구진이 '7차원 망원경(7-Dimensional Telescope)' 관측 결과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임명신 교수 연구진은 칠레 안데스 산맥의 엘 사우스(El Sauce) 천문대에 구축하고 있는 7차원 망원경을 이용해 조각가자리 은하(NGC 253 은하), 나선성운(Helix Nebula), 삼렬성운(Trifid Nebula)을 시험 관측한 결과를 16일 공개했다.

중력파 사건이나 초신성처럼 갑자기 나타나는 돌발천체나 시시각각 밝기와 색이 바뀌는 변광천체는 빛을 여러 색깔로 나눠서 관측하는 스펙트럼 관측이 필수다. 기존의 관측 기법으로는 망원경의 시야에 들어오는 극히 일부의 천체에 대해서만 스펙트럼 관측이 가능해 시간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천체의 특성을 추적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임명신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7차원 망원경은 이런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관측 장비다. 위치와 거리, 시선속도, 밝기, 파장, 시간 등 다양한 차원에서 관측이 가능하다. 7차원 망원경은 20대의 0.5m 구경 광시야 망원경으로 구성돼 있다. 망원경마다 6000만 화소를 갖춘 고성능 시모스(CMOS) 센서를 장착한 카메라와 2개 이상의 중대역 필터가 장착된다. 현재 20대 가운데 10대가 설치 완료됐다.

현재 50% 구축 완료된 7차원 망원경의 모습./서울대학교 중력파우주연구단

7차원 망원경은 1.2평방도의 넓은 시야를 최대 40개의 색으로 동시에 촬영할 수 있다. 각 망원경이 중대역 필터를 통해 서로 다른 파장의 빛 2개씩을 관측함으로써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픽셀의 스펙트럼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게 했다. 1.2평방도는 보름달 6개가 가득찰 정도의 시야다.

천문학계는 7차원 망원경을 이용하면 여러 천문학의 난제를 풀 수 있다고 본다. 하나의 사례까 '허블상수 갈등'이다. 우주가 얼마나 빨리 팽창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정량적인 지표를 허블상수(Hubble constant)라고 부른다. 그런데 최근 허블상수가 측정 방법에 따라 오차범위 밖으로 다른 두 가지 값으로 측정되고 있는데, 이를 허블상수 갈등이라고 한다. 7차원 망원경을 이용하면 중력파를 통해 허블상수의 정확한 측정이 가능하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번에 공개된 관측 영상은 연구진이 2023년 10월 10일부터 시작한 시험 관측에서 얻었다. 특히 나선성운의 경우 여러 파장에서 관측한 형형색색의 모습이 담겼다. 나선 성운의 다채로운 모습은 수소, 산소, 황, 헬륨 등 다양한 원소들에서 기인한다.

나선성운의 다채로운 모습을 묶어서 보여주는 동영상./서울대학교 중력파우주연구단·임명신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