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진이 개발한 유전자가위 정밀 제어 기술의 작동 모식도. 비활성화된 유전자가위에 파란색 빛을 비췄을 때 활성화하는 방식이다. 부작용을 줄이면서도 치료 효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한국과학기술원

국내 연구진이 유전병 치료제로 활용할 수 있는 유전자가위 기술을 개발했다. 원하지 않는 유전자를 편집하는 부작용을 줄이는 기술로, 유전자가위 치료제의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 완치가 어려운 유전병의 정복에 한 발 가까이 다가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허원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과학과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7일 빛으로 유전자가위의 작동을 제어하는 '정밀 제어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유전자가위는 원하는 유전자 부위의 디옥시리보핵산(DNA)·리보핵산(RNA) 가닥을 끊어내거나 다른 염기로 대체하는 기술이다. 유전자 변이로 발생하는 질병의 치료에 활용할 수 있으나 원하지 않는 유전자를 편집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을 '비표적 효과'라고 하는데, 비표적 효과가 발생할 경우 영구적인 유전자 변이가 발생한다. 유전자가위의 작동 안정성을 높일 수 있도록 원하는 유전자를 인식하고 작동을 조절할 수 있는 유전자가위 시스템 연구가 활발한 상황이다.

KAIST 연구진은 빛을 이용해 유전자가위의 작동을 제어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빛에 반응하는 새로운 구조의 '캐스13(Cas13)' 단백질을 찾아 유전자가위에 적용했다. 캐스 단백질은 유전자가위에서 RNA를 자르는 역할을 한다.

연구진은 유전자가위를 여러 조각으로 나눠 비활성화된 상태로 세포에 주입한 이후 파란색 빛을 비추면 결합되면서 활성화되도록 했다. 일종의 작동 스위치로 빛을 사용해 부작용을 최소화한다는 전략이다.

이렇게 개발한 유전자가위는 실험실에서 배양한 세포에 주입해 RNA 편집이 가능한지 확인했다. 그 결과, 빛을 비출 때만 유전자가위가 작동하고 빛을 끄자 작동이 멈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전자가위의 작동을 사용자가 제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세포의 일부분에만 빛을 비췄을 때는 빛을 받지 않은 지역에서는 편집이 일어나지 않아 사용자가 원하는 부위에서만 유전자가위를 작동할 수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

살아있는 생쥐에게 주입했을 때도 파란색 빛을 비춘 시간과 지역에서만 편집이 일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한 유전자가위 시스템을 사용하면 RNA 편집 치료제 개발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큰 크기의 유전자를 세포에 넣어야 하는 유전자 치료법에도 여러 조각으로 나눈 유전자를 빛으로 결합해 전달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생물학 연구에도 활용할 수 있어 생체 내 RNA 연구 범위도 넓힐 수 있다.

허 교수는 "유전자가위 시스템을 활용한 RNA 조절 시스템을 개발해 RNA 기반 치료법을 만들 수 있다"며 "세포 내 RNA 기반 연구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지난달 22일 소개됐다.

참고자료

Nature Communications,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4-44867-2